지식인의 서재

작가 - 알랭드롱

함백산방 2011. 11. 22. 13:21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sm=bok_kin&where=nexearch&ie=utf8&query=%EC%95%8C%EB%9E%AD+%EB%93%9C+%EB%B3%B4%ED%86%B5&sm=top_hty&fbm=1&ie=utf8&x=0&y=0

(지식인의 서재 ‘알랭 드 보통’ 편은, 작가의 방한일정에 맞추어 네이버 본사 도서관에서 촬영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곳

저에게 서재란 책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의 도구입니다. 만약 어떤 주제에 대해 기존 작가들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알지 못한다면 앞으로 제가 집필하게 될 내용이 흥미로울지, 독창적일지, 중요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글을 쓰기 전에 항상 타인들이 그 주제에 대해 기존에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알아야 해요. 이를 통해 제 책이 독창적일지 흥미로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집에 있는 서재를 설명하자면) 제 서재는 그다지 멋있지 않아요. 책꽂이와 책이 가득한 매우 기능적인 공간이에요. 미적 요소가 있는 곳도 아니고요. 만약 제 작업공간이 매우 아름답다면 전 일을 하지 않게 되요. 저에게 있어, ‘일’은 제 주변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다소 의도적으로 저는 고풍스러운 서재 같은 것은 두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서재가 제 서재보다 훨씬 멋져요. 특히 이 사다리가 마음에 드는데요, 저는 항상 사다리가 있는 서재를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행은 창의적인 생각을 위한 기회

저는 주로 집에서 독서를 해요. 여행을 할 때는 책을 읽기보다는 창 밖을 통해 세상을 보려고 하죠. 낯선 곳은 사람을 매우 창의적으로 만들어 주니까요. 익숙해진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게끔 하거든요. 이런 점은 작가에게 정말 멋진 일이죠. 만약 항상 똑같은 곳에 있다면 생각 또한 틀을 벗어나지 못할 거에요. 평소의 환경에서 벗어나면 진정한 영감이 떠오르게 되죠. 저의 창의적인 생각 중 일부는 호텔방에서 시차적응이 안되어 뒤척일 때, 새벽 3시쯤 떠오른 것들이었어요. 잠에 들 수가 없어서 호텔방에 비치된 노트에 책에 대한 영감, 미래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을 끄적거렸죠. 대개 그렇게 떠오른 생각은 매우 창의적이죠. 여러분들도 여행을 하실 때는 읽지 마시고 생각을 하세요.

항상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저는 ‘행복’과 ‘고통’ 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가져왔어요. 여행, 일, 자녀 양육, 빌딩에서 살기 등 여러 인간의 활동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항상 함께 수반하죠. 제 책에서는 이 두 가지 면을 담아 내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제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현대 사회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도움과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현대사회에서 ‘일반적인 삶’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죠. 오히려 불안을 촉발시키는 여러 어려움 때문에 꽤 ‘비범’합니다. 작가의 소명은 이러한 현대사회를 관찰하고 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데 위안을 주고 동지가 되어주는 일이라 생각해요.
(책을 쓸 때면) 이상하지만 제가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 이거 좋은 생각인데’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어요. 직관적인 생각이죠. 즉 요리사가 어떠한 맛을 발견하고 ‘이 맛 참 독특한데!’라고 느끼는 것과 같죠. 그것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비롯되는 생각인지 모르지만 좋은 생각이라는 느낌이 오는 거죠. 저는 대게 공책을 가지고 다니며 여러 아이디어를 씁니다. 어려운 것은 나열된 수많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책으로 엮을까 하는 거예요. 책은 수 만개의 단어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아이디어의 긴 나열이에요. 따라서 저는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를 한 권의 책으로 어떻게 엮을 것인지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작업을 위해 저는 일단 좋은 아이디어를 우선 많이 끌어 모았다가 각각의 아이디어를 어떤 ‘가방’에 넣을지 생각해요. 책은 항상 ‘가방’과 같은 것이고 각각의 책은 일정양의 흥미거리와 아이디어를 담고 있죠.

우리는 우주 속의 미미한 존재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였어요. 그 모든 순간이 매우 행복했죠. 그 후에는 아이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조금 덜 행복해졌지만요. 가장 불행했던 순간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불행이 어떤 것인지 다 안다고 생각해요. 불행은 좌절감, 실패, 어리석음, 자신의 우둔함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죠. 그리고 이런 순간들을 여러 형태로 경험해요. 제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삶의 여러 순간들이 잘 진행이 되면 더 행복해져요. 이제는 인생이 얼마나 자주 혼란스럽고, 슬플 수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는 하루를 잘 마무리하면 예전보다 더 감사하게 되었어요.
저는 주로 일이나 저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로부터 멀어지려고 해요. 자연을 만끽하기도 하고 달이나 별을 보기도 하고, 동물들과 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극심한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에서 벗어나거나 인간적인 차원의 성취를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하기도 해요. 우리는 정말 매우 광활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사는 미미한 존재에요. 그리고 우리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느끼게 해주는 행위를 하면 반대로 우리의 삶을 만끽할 수 있게 됩니다.

(알랭 드 보통님이 소개해주신 아래의 ‘내 인생의 책’은 원서들로, 번역서를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또한 ‘추천책’에 있는 도서 리스트는 영문판으로 추천해 주신 도서들은 번역서가 있는 도서들은 최대한 번역서로, 번역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영문판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네이버 다이어리알랭드 보통 강연

내 인생의 책

  • Mythologies
    BARTHES,Roland | Hill & Wang
    제가 선택한 첫 번째 책은 롤랑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입니다. 그는 모든 것들에 대해 글을 쓴 프랑스 문학 평론가였어요. 에펠 탑,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휴가가기, 위대한 문학작품과 같은 것들에 대한 멋진 글을 썼어요. 그는 삶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했고 그의 예리한 지성을 활용하여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이며 프랑스인 특유의 지성 가득한 수필을 집필했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저에게 정말 멋진 인간적인 작가입니다.

    (번역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92504
    Mythologies
  •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Milan Kundera | Harper Perennial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체코출신 작가인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에요. 밀란 쿤데라의 아이디어가 넘치고, 철학적인 소설을 썼다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의 책의 모든 장은 아이디어에 관한 수필이에요. 물론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그의 책은 아이디어가 풍부하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제 책 <우리는 사랑일까>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번역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06142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A Room Of one's Own
    Woolf, Virginia,Gubar, Susan,Hussey, Mark (EDT) | Harcourt
    세 번째 선택한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과 다른 여러 수필들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훌륭한 영국 수필작가에요. 그녀의 수필은 모두 우울한 지성과 감성이 넘쳐흐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좋아하실 만한 매우 한국적인 작가지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다룬 주제의 다양성이에요. 그녀는 물론 남성 우월적인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도 조망했지만 밤하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항해, 전쟁 등 여러 분야를 그녀의 수필의 대상으로 삼았어요. 저는 항해하는 듯한 넓고 마르지 않는 그녀의 지성과 멋진 감성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도 버지니아 울프를 알고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번역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88963
    A Room Of one's Own
  • SWANN'S WAY IN SEARCH OF LOST TIME VOL.1
    PROUST | MODERN
    다음은 세계 문학작품의 걸작 중 하나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입니다. 너무 길어 무서운 책으로 오해받기도 하죠. 7권의 책이 하나로 묶여 있어서 그렇지 별로 길지 않아요. 책을 읽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프루스트의 작품의 멋진 점은 ‘친밀함’입니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따뜻함과 관심을 가지고 있고, 표현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되던 매우 미묘한 감정을 너무도 잘 묘사하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이 잠에 빠지는 순간을 그린 첫 30쪽만이라도 읽어보시기를 여러분께 권합니다. 우리는 매일 밤 잠에 들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묘사하거나 이해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프루스트는 너무나 다양한 감정과 대단한 문학적 스킬과 인간애로 이러한 과정을 묘사하죠.

    (번역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7443
    SWANN'S WAY IN SEARCH OF LOST TIME VOL.1
  • The Complete Essays
    Montaigne, Michel De,Screech, M. A. (TRN) | Penguin Books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미셸 드 몽테뉴의 작품이에요. 16세기의 위대한 프랑스 수필 작가였어요. 사실 그가 바로 수필을 창시한 사람입니다. 수필은 다소 지엽적이고, 장난기 넘치며 예측 불가능한 개인적인 글쓰기죠. 몽테뉴의 수필은 제목만 봐도 정말 놀라운데요, 하나의 예를 들면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은 죽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는 것이 있어요. 다른 것들 것 살펴보면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부정’, ‘로마의 위대함’ 등이 있지요. 또 엄지 손가락을 갖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한 ‘엄지 손가락’이란 이름의 글도 있어요. 이 모든 것이 매우 흥미로운 생각인 것 같아요. 또 ‘화’ 와 ‘무기력’ 에 대한 것도 있지요. 몽테뉴 전에는 아무도 ‘무기력’에 관한 글을 쓰지 못했어요. 그리고 ‘말’에 대한 수필도 있어요. 이러한 몽테뉴의 매우 개인적이고 일상적이며 친밀한 지성이 저로 하여금 많은 주제에 대한 글을 쓰도록 용기를 주었어요.

    (번역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120257

    (소개해 드린) 이 책들은 매우 다른 모습으로 저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어요. 제가 소개한 이분들이 오늘 날의 저라는 작가를 있게 해준 장본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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