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김상옥

시조의 거장 "청정한 삶" 다시 읊조리다

함백산방 2008. 1. 10. 11:01
시조의 거장 '청정한 삶' 다시 읊조리다
2004년 타계 초정 김상옥 문학세계 다룬 '불과 얼음의 시혼' 출간

 
초정 김상옥(1920~2004)은 한국의 현대문학에 뚜렷한 획을 그은 문인들 가운데 부산·경남이 더욱 정성스럽고 확실하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시인이다. 초정은 한국의 명시조로 많은 이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백자부' '옥저' '다보탑' 등을 남겼고 우리 도자기에 대한 심미안, 전각 등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가 장년의 시기였던 1963년 온 식구와 함께 서울로 옮겨 굵직한 문학 예술 활동을 펼치긴 했지만, 부산과 경남은 그의 뿌리이자 그를 단련시킨 토양이었다. 초정이라는 이름 속에는 통영 바다의 푸른 내음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4년 타계한 한국 시조시단의 거목 김상옥의 문학세계를 학자와 시인들이 함께 재조명한 책 '불과 얼음의 시혼-초정 김상옥의 문학 세계'(장경렬 엮음·태학사)가 나왔다.

장경렬(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씨가 엮은 이 책에는 최동호 조남현 이숭원 등 문학연구자 10명, 민영 윤금초 천양희 등 초정의 시를 아꼈던 시인 11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초정의 문학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경남과 부산에서는 임종찬(부산대 국문과) 이상옥(창신대 문예창작과) 구모룡(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이우걸(경남문인협회장), 정일근 시인 등이 함께 했다. '학문적 접근과 감성적 차원의 접근을 동시에 시도해 입체적 내용의 책을 꾸미자'(머리말)는 의도에 충실한 셈이다.

 
  초정 김상옥.
책의 1부는 김상옥이 손수 쓴 '나의 삶 나의 생각'이라는 글을 비롯해 그가 생전에 문학 매체들과 나눈 대담 3편을 수록해 그의 육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애썼다. 초정은 1920년 경남 통영시 항남동의 가난한 선비집에서 태어났다. '오직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쳐 해보지 아니한 별로 일이 없다. 사환에다 점원에다, 견습공…인쇄소의 문선공, 제본소의 제본공, 도장포의 도장장이, 표구사의 표구장이, 골동상 아자방의 주인에다 중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학적 신동' 소리를 들었던 그는 고향 통영에서 작곡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문학평론가 조연현 등과 어울려 다니며 동인지를 내고, 19살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일제의 탄압으로 세 차례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기도 했다. 부산으로 옮겨 경남여고 등에서 강사(그는 정식 교원자격증이 없어 강사 신분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다) 생활도 오래 했다.

2부에서 초정 문학의 연구자들은 '고고하고 정결한 정신의 지향'(이숭원), 정제와 자유, 엄격과 일탈의 시조 형식'(이지엽) 등의 다채로운 관점에서 '시서화 일체론을 추구한 마지막 선인', '시조의 영역에서 빛나는 성취를 거둔 시인'으로서 초정을 조명한다. 3부는 초정과 맺은 인연을 회상하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시인들의 글로 꾸몄다. 초정은 '초적' 등 시조집 13권과 산문집 '시와 도자'를 남겼다. 태학사는 2000년 시선집 '촉촉한 눈길'을, 2005년 창비는 '김상옥 시전집' 등을 출간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입력: 2007.06.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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