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해군 나의 교유록] 남포동 그날 그 사람들 <7> | ||
1960년대 시조시인 | ||
부산일보 2003/09/17일자 030면 서비스시간: 11:00:56 | ||
이곳에 공보관이 있을 때는 아래층에서 문학행사가 많았다. 62년 4월 20일에 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가 이곳에서 결성되었는데 이때의 회원은 31명이었고 회장에 이주홍(李周洪),부회장에 고두동(高斗東),서정봉(徐定鳳)이었다. 회원 수가 그리 적었는데도 시조시인은 5명으로 모두가 쟁쟁한 전국적인 중진이었다. 그것은 그때의 부회장 두분이 모두 시조시인이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때의 시조시인은 고두동,김상옥(金相沃),서정봉,이영도(李永道),장하보(張何步)였다. 이 다섯사람 가운데 기장 출신의 서정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통영 출신이거나 통영에 연고(이영도는 청도 출신이나 통영에서 문학활동을 했음)를 가진 분이었다. 문화인 배출로 이름이 높은 통영이 시조시단에서도 그 보기를 보인 예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호가 황산(皇山)인 고두동은 1903년생으로 24년 동아일보에 월야(月夜),추천(韆) 등을 발표하면서 청마 유치환의 형인 유치진(柳致眞)과 25년에는 동인지 토성(土聲)을 발간하고 53년에는 '시조연구' 동인으로도 활동했다. 시조집으로 '황산시조집''황산 고두동문집' 들이 간행되었다. 그는 직장인이기도 했다. 45년 부산전매청장으로 와서 부산에 정주하면서 48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에 전념하는 한편 난초를 가꾸고 수석과 고서화를 즐겼다. 젊은 문인들과 사귀기를 좋아하여 서대신동 자택에서 문인들에게 난과 수석과 고서화 구경시키기를 좋아했다. 나도 그속의 한사람이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양산초등학교에 다닐 때 그는 양산전매서 서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 당시의 전매서는 담배 취급이 주였다. 그 담배도 시골에서 쓰이는 것은 담뱃대의 담배통에 재어 피우기 좋게 썰어 담은 봉지 속의 담배였다. 그런 담배봉지를 상자에 넣어 실어 나르기 위해서 그러했는지 전매서 앞에는 당나귀가 있었다. 초등학생인 우리가 전매서 앞에 묶여 있는 그 당나귀의 귀를 잡아보고 꼬리를 흔들어 보면 전매서 안에서 주인 같은 사람이 나와 호통을 치고 우리를 내쫓았다. 어쩌면 그날의 주인 같은 그 사람이 황산 선생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황산에게 얘길했더니 황산은 '나는 서장이야. 그런 일은 직원이 하지'하고 웃었다. 그러했던 그는 병약해서 깡마른 몸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가진 양생(養生)으로 92세인 94년 12월 12일 유명을 달리했다. 김상옥도 통영 출신으로 호를 초정(草汀)이라 했다. 39년 문장(文章)지의 추천과 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 뒤 시조의 현대화에 기여한 바 컸다. 시조집 '초적(草笛)' 자유시집 '고원(故園)의 곡(曲)' '이단(異端)의 시' '의상(衣裳)' '목석의 노래' 등을 발간했다. 60년대 초까지는 부산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자주 나타나다가 63년께 서울로 올라갔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섭섭하게 한 게 있었다. 그게 61년 12월 12일 제1회 경남예술제의 일부로 문학제가 문화극장에서 열렸다. 그때 내가 사회를 보았는데 중학교 국어 국정교과서에 가람 이병기 선생과 초정 김상옥이 시조에 관해 오간 편지형식의 글이 실려 있었다. 그 얘기를 문학제의 그날 그를 소개할 때 말했어야 할 일인데도 내가 빠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친구가 '왜 그 사실을 빠뜨렸어. 저 초정은 자기 글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걸 얼마나 자랑으로 생각한다고.' 할 때야 아차!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변명하기도 쑥스러웠다. 그 뒤 그를 만나도 그런 섭섭한 기색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정운(丁芸) 이영도는 대구의 동인지 죽순(竹筍)에 시조를 발표하여 문재(文才)를 보이다가 통영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시조시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갔다. 장하보 역시 통영에서 청마 유치환과 함께 생리(生理) 동인으로 시작,그 가운데도 시조에 관심을 두어 6·25 때부터 부산에 정착하여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시심(詩心)을 잃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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