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스포츠 해설가 허구연

함백산방 2012. 4.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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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연구소, 서재

서재는 물이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도 하고 분석도 하고 중계방송 준비도 하기 때문에,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끊임없이 정보를 접하게 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책도 읽지만 야구 연구소, 작업장 역할을 하는 곳이 제 서재입니다. 저는 집에도 서재가 있고 사무실에도 서재가 있는데, 집 서재에는 전공이 법학이니까 법학 서적도 있고, 미술, 음악 관련 교양 서적들도 있고요.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서재에는 거의 대부분이 미국, 일본 야구 스포츠 관련 서적들이 채우고 있는데,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시대에 흐름에 맞지 않는 지난 책들은 밖에 두고 지금 활동하는 동안에 가장 즐겨 사용하는 책들만을 꽂아 두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영양분을 얻다

책을 제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이동할 때에요. 야구 중계를 위해 KTX를 타고 이동을 많이 하는데 그 기차간에서 읽고, 장거리 비행기를 탔을 때나 가끔 차 속에서 읽기도 하죠. 그래서 장편 소설 같은 것을 읽기 보다는 짧은 문장의 글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셨는데, 그런 어려운 환경을 글로 녹아낸 것을 읽고, 너무너무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책을 읽는 것은 그 사람(작가)의 인생을 읽는 것이잖아요. 또 미술 관련 책을 읽을 때는, 미술은 이런 오묘한 맛과 의미가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 많아요. 이러한 독서의 경험들이 저처럼 운동을 오래한 사람에게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촌철살인의 해설을 위한 노력

해설의 어려움은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많은 지식과 정보를 입력해두었다가, 짧은 시간에 뱉어내야 해요. "G.G사토, 고마워요." 같은 멘트들은 제가 일본야구를 아는데, G.G사토가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에요. 잘하는 선수면 그런 말을 안 했을텐데, 수비가 불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을 떨어뜨려주니까, 순간적으로 멘트가 나온 것이에요. 순간적 발언은 머리 속에 DB가 구축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해설을 잘하기 위해서는 야구만 알아서는 안되고 책을 보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또 해설이라는 것이 논리적이고 정리가 되어야 하잖아요. 운동하면서도 법학을 전공해서 법학 서적을 열심히 읽고 공부했던 것들도 해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야구 용어를 정립하다

해설가로서의 보람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야구 용어를 정립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1982년도에 해설을 시작하면서 아나운서, PD들 앞에서 야구용어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많은 분야에서 일본식 용어를 쓰고 일본식 말을 쓰는데 다른 분야는 내가 관여할 수도 없지만 야구만큼은 지금 바꾸지 않으면 영영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협조를 해달라” 라고 했더니, 다들 듣고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유도는 일본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면 일본어를 써도 관계없어요.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영어를 써야 해요. 그러면서 아나운서한테 “우리말로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말로 풀어주자”라고 했어요. 야구는 많은 계층이 보는 스포츠인데, 영어를 모르는 분들은 알아듣기 어렵잖아요. ‘몸에 맞는 볼’ 그 다음에 ‘히트 바이 피치’ 라고 하면 되는 거에요. 그것을 예전에는 ‘데드볼’ 이라고 했거든요. 죽을사(死)에 공구(球)자 일본이 만든 말이에요. 지금 중계방송은 예사로 들으시겠지만 ‘포볼’, ‘데드볼’, ‘사이드스로’, ‘언더스로’, ‘언더베이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말로 많은 것을 제가 바꾸어간 것이죠.

야구인으로서 베푸는 삶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무언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각자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스포츠인이니까 스포츠를 통해서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봉사를 하기 위해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갑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공 하나에 15달러예요. 비싸서 야구를 할 수가 없죠. 그래서 야구공을 많이 가져다 주었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기부라고 생각하거든요. 야구를 모르던 베트남의 경우 작년에 동남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해서 말레이시아를 이겼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말 그대로 감동인 거죠. 그래서 그런 활동들이 이 분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의 야구 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고, 앞으로 자원봉사를 야구, 스포츠 분야로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있고, 내 분야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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