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나의 스승이자, 길잡이
나에게 서재는 공부방이에요. 책이 있는 곳이 내가 공부하는 곳이죠. 대학에서 역사학이 아닌 문예창작학을 전공 했기 때문에 역사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고, 책이 내 길잡이가 되어 주었어요. 교수가 ‘이렇게 역사 공부를 해라’ 라고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었고, 책이 바로 내 스승이었어요. 책이 스승이니까 서재는 내 공부방이 되는 것이죠.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집필공간
나는 글을 쓸 때 바로 옆에 참고자료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해요. 멀리서 책을 찾아 헤매면 연상작용도 안되기 때문에 책 가까이에서 집필을 하고 있어요. 책은 내 나름대로의 분류방법이 있어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제자가 책에 번호도 매기고 컴퓨터로 정리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거절하고, 내 방식대로 역사책, 전기, 문학, 잡지와 같이 대분류로 구분해 놓았어요. 현대적 방식은 아니지만, 훑어보면 대체로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알아요. 특히, 내 서재에는 (사진과 같이) 옛날 책들이 많아서 책 제목들이 눈에 빨리 들어와요. 그래서 지금도 예전 방식대로 책을 찾아서 이용하고 있어요.
잡독(雜讀)으로 시작한 책 읽기
어릴 때부터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 라는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적도 없었고, 고학생이었기 때문에 누가 책을 사주거나 방에 책을 쌓아놓고 읽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길가다 버려진 신문이 있으면 주워 읽고, 음란 잡지들까지도 가져와서 읽을 정도로 잡다하게 읽었어요. 그런 잡독 속에서 내 나름대로의 지혜가 생기더라고요. 한때 동아일보에서 논설집과 고전백선을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근현대 명논설들을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 혁명 선언>은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끝까지 끊임없이 혁명적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라는 문장자체가 감동을 주면서 분기를 불러 일으켰어요. 그분의 글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이런 글을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정약용, 박지원 같은 분들의 저작을 읽으면서 현실 개혁 사상에 감동을 받았어요. 모두 인권을 굉장히 존중하고 민족주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분들의 저작에 심취해서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어요.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평생 그 정신을 본받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역사 대중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역사에 매진해 왔다고 볼 수 있어요. 내가 쓴 책이 100권이 넘는데 거의 대부분이 역사서예요. 나는 나름대로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기 위해 노력을 해왔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고, 나중에 역사공부를 위해 임창순 선생님 같은 분을 찾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한문을 배웠어요. 왜냐하면 원전을 번역해서 글을 써야하는데 원전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꾸 더 어려운 용어로 글을 쓰게 되거든요. 전공자가 아닌 대중에게 개념어를 많이 쓰면 너무 어려워요. 또 문학적 표현을 많이 빌어서 썼어요. 너무 딱딱한 문장이면 머리에 안 들어오고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문학 공부를 한 것이 역사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역사책을 쉽게 접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했어요. 우리는 역사시간에 너무 연대에만 치중해서 태정태세문단세 같은 것을 외우기만 하니까 역사를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민족사학의 관점에서 노비의 어려운 처지, 소작인 빈농의 어려운 처지, 여성의 지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글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내 역사서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더라고요.
실천하는 역사가 참된 역사이다
역사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현실에 대입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에요. 오늘날 분단구조아래에서 극심한 이데올로기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며 정착단계에 들어가고 있어요. 이런 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통일과 진정한 평등적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역사는 관념적이거나 죽은 것이 아닌 실천을 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상 사조에 발맞춰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념 속에서는 여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역사학자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위선이라고 봅니다. 정치 일선에 나가서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의지는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중인격자가 되고 마는 것이죠.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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