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효파 이옥세님의 문인화(비움과 채움의 미학)

함백산방 2010. 12. 28. 19:47

<전시평문>

 


                                           비움과 채움의 미학



서예는 하루 아침의 얄팍한 착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순간의 기지나 재치로는

더욱이 안되는 예술이다. 참으로 자나깨나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마음과 몸을 불살라야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예술이다. 그러기에 소년문장은 있어도

소년서예가는 없다는 말이 있지 않겠는가.


수십년의 세월을 줄곧 붓과 시름하면서 첫 개인전을 열게된 효파(曉坡) 이옥세(李玉世)여사는

차분하면서도 화사한 맵씨를 지닌 대구의 여류문인화중견작가이다. 문인화에 대한 넘치는

정이 없고서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려내고자 하는 대상물의 속속들이 들어찬 아름다움을

그려낼 수 없을성 싶다. 70년대 중반경 효정 권혁택선생을 만나 서예에 입문하면서 시작된

효파여사의 붓농사는 이제 세대가 바뀌는 시점에 서 있다. 10여년 서예를 연마하던 중 눈에

보이는 대상물을 사의적으로 표현하는 문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80년대 중반경

청오 채희규선생의 문하에서 사군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먹향을 가까이 하는 수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붓과 시름하면서 화선지 위에 많은 땀을

흘려 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 발표하는 작품은 사군자와 비파, 포도, 연꽃, 목련 등 여덟 가지 소재를 그

린 45점이다. 이 그림들을 일별해 보면, 사군자에서 얻은 필력을 다른 화목으로 전이시켜

나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난초와 대나무를 제외한 작품들은 거의 은은한 파스텔톤의

담채로 꽃이나 열매를 표현하고 있다. 먹맛과 공간처리에 고심한 흔적, 그리고 주어진 화면

안에 비움과 채움에 대한 작가의 조현미감들이 첫 전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두어 가지

초점으로 보여진다.

담채에 담긴 아름다움

우리는 자연이나 조형에서 진한 색채에서만 강렬한 인상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해질녘

은은한 풍경이나 아침나절 안개가 드리울 때 흐릿한 분위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한다.

노오란 국화잎에 매달린 이슬방울, 마디가 드러난 대나무 가지에 바람이 몰아쳐 휘날리는 댓잎,

잎새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먼저 피어난 영롱한 매화송이, 줄기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비파열매,

이런 주변의 사물들은 모두 자연의 아름다움을 갈피갈피 느끼면서 살아가는 작가의 마음속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그림 속에서 다시 자라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온천지에 수두록하게

널려 있는 색조를 화면에 옮길 때 지나치게 진한색감이 아닌 연한 자연색으로 표현해 내고자 한다.

또한 흑백으로만 표현되는 수묵화의 단조로움을 덜어내고자 꽃이나 열매에 살짝 담채를 입혀서

시각상 화사함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발밑이나 눈앞에 많다. 그렇지만 그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작가의 조형미감이다.

비파작품 <감향>, 연꽃작품 <하심>, 포도작품 <농주>, 매화작품 <설리개화>, 국화작품 <수색삼추>가

모두 이렇게 담채를 칠한 작품들이다. 이른 봄 눈속에서 피어나는 매화를 그린 작품 <설리개화>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가운데 피어난 청아한 매화송이를 옅은 하늘색으로 그려서 찬 눈속에서

피어나는 매화의 정취를 그려내고 있다. <수색삼추>라는 국화작품에서는 가을이란 계절이

주는 이미지를 누런 황국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의 뒷배경에 은은한 만추의 색조를 띈 담장이

있고 그 위로 가을날 만개한 국화의 느낌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듯이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담채를 화면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자연속의 색감보다 조형미감속에 있는 자신만의 색조를 드러내기 위해 담채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비움과 채움을 중시한 문인화

문인화 구성에서 중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모임과 흩어짐[集散]이다. 한 화면에서

하나의 기운[一氣]이 관통하려면 흐름을 강조해야 한다. 그 흐름은 대자연의

우주적 리듬을 상징한다. 그 흐름 속에 비움과 채움[虛實], 음양(陰陽) 등이 자리잡게 된다.

문인화는 서양화처럼 전체 뒷배경을 송두리째 칠하지 않는다. 이는 진실로 충실한

공간은 채워지지 않은 빈공간이라는 노자의 사상에서 기인된 것이다. 이러한 동양적

미의식은 문인화 속에서 동양인의 공간파악 방법으로 전용된다. 즉 채움이 곧 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간에 대한 체험적인 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번 작품전에서도 이런 점은 여러 작품에서 보인다. 대나무 작품 <節>에서는

두 줄기 가지를 힘차게 그은 뒤 윗부분에 농묵으로 댓잎을 그리고, 아랫부분에 담묵으로

잎을 그려놓았다. 가운데 죽간은 과감히 비워두고 위 아래는 채워서 허허실실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전지 6장을 잇대어 만든 병풍작품에서도 이런 점은 강조되고 있다. 비파작품 <甘香>에서는

잎과 열매를 분리해서 복잡한 곳은 더 복잡하게 하고, 성긴 곳은 더 성기게 하는 이른바

소소밀밀(疏疏密密)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포도작품 <弄珠>에서는 윗부분을 가득 채우고

아랫부분은 텅 비워 놓았다. 구성상 허와 실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와 같이 작가는 화면의 전체구도를 짜는데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림감상에 있어서 첫눈에 잡히는 것이 색조와 구도라고 보면,

이런 요소들에 감상포인트를 두고 이번 출품작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문인화를 그리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잡사를 잊어버릴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효파 이옥세여사. 여사는 붓끝에 먹을 듬뿍 찍어 하얀 화선지 위에 댓잎을 그릴 때

서서히 번져 나가는 먹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국화향 그윽한

만추의 계절에 강호제현께 여사가 마음을 담아 수놓은 먹향의 여운을 느껴 보시길

권하면서 둔필을 놓는다.

2007. 11

글쓴이 : 정 태 수 (한국서예사연구소장, 서예세상카페지기)

 

 

<인물사진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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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파 이옥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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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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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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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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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주

 

<작가 약력>


李 玉 世 (曉坡)
Lee, Oek-Sae
雅號 / 曉坡
靑吾 蔡熙圭 先生 師事

개인전
·2007. 제1회 개인전(봉산문화회관)

경력
·경북서예대전 추천작가 (33회 대상 수상)
·대구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2회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초대작가
·매일서예대전 초대작가
·신라미술대전 추천작가
·신사임당 서예대전 초대작가
·영남서예대전 초대작가

단체전
대구여류 30인전
대구미협사랑전
문인화 “오늘과 내일 전망전” (서울, 여수, 진주, 제주, 대구)
한국문인화협회 창립전 (예술의 전당)
석림회 회인전
영남서화협회 회원전
청향연묵회 회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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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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