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연경학인전의 8인 유학생(삼도헌이 만난 작가들)

함백산방 2010. 12. 28. 19:33

  

                                              중국에서 만난 청년서가들의 꿈

 

                                                     -연경학인전에서 나눈 대화-


 국내에 서예과가 개설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르자 서예과를 졸업한 졸업생 가운데 중국서예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금년 여름 뜻이 맞는 유학생 8인이 동지의식을 가지고 상큼한 전시를 펼쳤다. 이름하여 <연경학인전(緣京學印展)>. 이들은 한국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남경과 북경에서 같은 시기에 공부하는 인연으로 전각전시를 하게 되었다. 그들이 한국과 중국에서 바라본 한국풍과 중국풍에 대한 인식, 고독하지만 쓸쓸하지 않겠다는 예술의 길에 대한 확신, 전각에 대한 공감의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전시였다. 이 전시에 참여한 청년작가들의 한 여름 매미소리처럼 시원시원하고 풋풋한 말들을 들어보았다.


정태수:국내에서 전각을 공부할 때와 중국에서 공부할 때 차이점이 있다면?

 

박철희:저는 전각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계획입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중국에서는 서예와 전각이 일상적이고 분리할 수 없는 일체성이 강하다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분야가 완전히 갈라져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예술로 자리매김 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런 시각이 약한 듯 합니다. 국내에서 전각이 일반적인 예술장르와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공모전위주의 전각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윤영석:중국에서는 전각작품이 일반적으로도 많이 통용됩니다. 회사인이나 관인으로도 사용되고 기념일에는 선물도 합니다. 가격은 석계선생의 경우 1치 4자인 경우에 6000원(우리돈 80만원 상당)정도이고, 40대작가의 경우에는 그 절반 수준입니다. 그만큼 보편화되어 있다고 할까요.


정태수:전각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양소열:방촌의 돌 안에 문자를 포치하여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전각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적색과 검정색의 어울림, 작은 공간을 통해 큰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런 것들이 전각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에서는 화가들도 전문적으로 전각을 겸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자 대신 초형인 등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혜진:저는 한글전각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자전각을 연구한 뒤 한글전각에도 점획과 장법에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다면 충분히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을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글전각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그것만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보고 싶습니다.


정태수:중국유학을 통해 얻은점이나 느낀점이 있다면?

 

배지은:한국에서는 서사하는 서법만 중시했으나 중국에서 서가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서법뿐만 아니라 음악, 문학 등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사유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각도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의 한 지류라고 보기 때문에 넓은 속에서 차츰 작게 좁혀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동군:중국의 전각 커리큐럼을 보면 토탈사커라고 할까요. 한국에서는 전각하면 한인에 너무 얽매인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중앙미술학원에서는 개성을 중시하는 입장인데 한국에서처럼 너무 기본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모색하지 못하는 폐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일개월 기준으로 3주는 모각을 하고, 1주는 창작을 합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한자전각에 대해서는 경직되어 있다고 말하고, 한글전각에 대해서는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최재석:중국에서도 석계선생님의 경우에는 한인의 기본기를 무척 중시합니다. 기본속에서 새로움이 나오는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고전에 얽매어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제겠지요. 시대에 맞게 변형하는 것은 작가의 존재 이유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전각을  확장하여 설치미술로 표현하거나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나아갈 때 더 넓은 시장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양소열:전각은 무엇보다 실용과 순수의 영역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미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방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시장에서의 통용을 위해서도 너무 문자에만 한정해서 작품화 하지 말고 회화적인 면을 인면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 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태수: 예술은 땀의 결정체인데 여러분 가운데 1000방 이상 새겨본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최재석, 윤영석, 박철희씨가 손을 들었다.

 

박철희:한국에서는 예술의 창작과정에서 노력을 중시합니다. 저는 그에 못지 않게 늘 창의적으로 열려있는 사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외형보다 보이지 않는 내실도 중요하니까요. 다만, 예술가들도 노동자들처럼 본연의 임무인 연구와 창작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정태수:파란 마음과 맑은 눈빛을 가진 여러분의 작품속에서 우리나라 전각의 미래를 보는 듯 해서 기쁩니다. 여러분의 작품이 아직은 성기고 풋익은 과일처럼 풋풋하지만 오래지 않은 시기에 가을들녘의 곡식처럼 풍요로움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삼도헌 정태수(서예세상 지기) 

 

 

강동군

박철희

배지은

양소열

윤영석

최재석

최혜진

전시장에서 좌담회를 하는 참여작가와 삼도헌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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