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금초 정광주님의 작품전을 보고

함백산방 2010. 12. 28. 19:25

               소박하고 힘찬 획이 주는 푸근함

 

                                                  정   태   수

 

금초 정광주 선생은 1972년 송곡선생의 문하에 입문한 이후 32년이란 긴 세월 동안 붓과 먹을 벗삼아 서예에 매진해 온 중견서예가이다. 영문과 출신으로 4년동안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1982년 서실을 개원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03년 10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제 5회 ‘금초 정광주 서전’이 열렸다. 이 전시를 통해 서단의 주목을 받았는데 필자는 그의 작품전을 둘러보았다.

 

그는 금문을 통해 획질의 다양한 변화와 획속에 담긴 소박하고 푸근한 조형을 터득하였다. 글씨꼴의 외적인 형태보다는 먹과 붓이 지닌 고유의 맛을 살려내고 그 속에 자신의 정신성을 심기 위해 <산씨반> 과 <석문송>을 열심히 임서하였다. ‘도에 뜻을 두고[志於道] 예술속에 노닌다[遊於藝]’는 자세로 자신만의 질박하고 힘찬 조형과 먹물을 가득 채운 붓으로 건강하고 실팍한 획을 구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전서와 예서를 중심으로 60여점이 발표되었는데 종이를 미리 재단하지 않고 작품을 마친 뒤 종이를 잘랐다고 한다. 그것은 작품이 종이 속에서 위축 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었다.

 

일찍이 장자는 무위자연의 소박미(素朴美)를 숭상하고 인위적인 조작으로 이루어 진 조탁(彫琢)의 미는 반대하였다. 이른바 무위(無爲)라는 것은 ‘함이 있지 않아도 항상 자연스럽다’라는 의미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하고자 하여 만든 작위(作爲)가 없는 것[無爲]이야 말로 만물의 근본이고, 작위가 없으면 고귀해지고, 소박해져서 본질 그대로 천하에 겨룰 것이 없는 미(美)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자연스럽고 소박함을 금초선생의 작품 <산중산운외설(山中山云外雪)>과 <심화(心畵)> 및 <도연명시>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입체감과 볼륨감이 풍부하면서 원시적인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힘찬 획질과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갖춘 결구는 그만의 독특한 글씨체이다. 그는 예쁘게 포장되고 날카롭게 멋을 낸 글씨보다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우리의 정서와 멋이 담긴 시골집과 흔히 볼 수 있는 야산의 정겨움과 같은 친근함을 넉넉한 먹물과 부드러움 속에 억셈이 담긴 붓으로 우려내고 있다.

 

모름지기 우리의 얼과 혼이 담긴 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그는 부드러움이 날카로움을 이긴다는 것과 약한 것 보다는 넉넉하고 여유가 있는 편이 좋다는 두 가지 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생이 찾고자 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서예여행에 많은 공명자가 생기길 기원한다.

..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