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소헌 정도준 선생의 서예세계

함백산방 2010. 12. 28. 19:08

소헌 정도준선생의 서예세계


                 전통속에서 찾아낸 세계적인 조형

 

 "저는 잘 모르는 미지의 땅을 여행할 때 반드시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을 갈 때도 지도는 가지고 가야하지만 지도에만 의지하지말고 주변의 경관에도 관심을 두면 더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유럽미술계에 초대되어 전시를 갖는 서예가 소헌 정도준선생의 말이다. 미지의 예술세계를 향해 불철주야 닦아온 서예가 그의 항해에서 지도였다면 나침반은 무엇일까. 그것은 불굴의 의지가 아닐까. 서구인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소헌선생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연이어 초청전을 열고 있을까. 거기에는 남모르게 닦아온 그만의 조형감각과 전통에서 빚어낸 그만의 조형안목이 분명히 있을법하기에 우리의 궁금증을 더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화두를 잘 풀어내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직은 겨울한기가 남아있는 2월 초순 주말 늦은 시간에 불쑥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소헌선생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였지만 사실 그의 서예이력은 까까머리 초등학생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명을 날리던 그의 부친 유당 정현복선생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 부친의 글씨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그의 유년기 시절 서예에 대한 관심은 개천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애정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 정서는 대학시절 일중 김충현선생을 만나면서 활활 점화되어 마침내 나라안에서 내로라하는 서품을 갖춘 사람만이 휘호할 수 있다는 창경궁 현판을 휘호하는가 하면 조선시대 궁궐을 보수하면서 다시 제작하는 상량문의 휘호자로 선정되어 10미터가 넘는 비단에 독창적인 한글서체로 휘호하기도 하는 등 서예계안밖에서 서예가로서 확고한 자기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일찍부터 그는 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속에 우리서예를 알리고자 하였다. 이미 85년과 93년에 독일슈투트가르트미술대학에서 초대전을 가졌었고, 프랑스 유네스코 미로갤러리에서 2001년 초대전, 2003년 가을에  이탈리아 피렌체 시립 체탈도미술관, 벨기에 왕립 마리몽박물관에서 전시가 예약되어 있으며, 2004년에는 독일 린덴박물관, 2005년에는 미국 오리온대학 동양박물관에서의 초대전이 줄을 이어 예약되어 있다.  


 선생의 작품이 국외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좀더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는 작품제작에 있어 보통사람들이 '어떻게'에 관심을 두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왜' 작품을 창작하여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서예의 작품제작과정은 어떤 예술분야보다 창작의 어려움이 많을수도 있다.  그것은 붓과 먹이라는 독특한 용구를 이용해 거의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틀속에 문자의 점획을 빠르게 긋거나 느리게 긋고, 가늘게 하거나 굵게하고, 먹물의 번짐을 풍성하게 하거나 마른나무가지처럼 적게 하여 변화를 모색해 표현해야만 하는 단조로움 때문이다.


 지금부터 20여년전 대상을 수상한 이후 선생의 창작에 대한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우선 조형요소에 대한 부단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선(線, line)에 대한 이해를 갖고자 동서의 고전을 탐독하면서 모필의 탄력성과 기운미를 전할 수 있는 선을 얻고자 노력해 왔다. 선 하나하나가 갖는 그 힘, 적확성, 예리함, 그러면서도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 선을 구사하기 위한 고민의 일단은 <사제곡莎提曲>에서 보여진다. 철저한 전통서예의 수련을 거친 노회한 선의 향연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한글과 한자의 조화가 어색하지 않고 어울려 보인다. 성악가가 소리하나로서 감동을 전하듯이 서예가는 붓질에서 나오는 선 하나로서 자신의 모든 예술감흥을 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소리는 언듯 들으면 하나인 듯 하지만 그 속에는 굴리는 소리도 있고 펴내는 소리도 있을 것이며, 끊는가 하면 길게 뽑아내는 소리도 있기 마련이다. 서예도 소리와 똑 같은 시간예술로 서예가의 붓놀림 속에는 일회성이라는 대원칙 아래 붓털을 모으거나 펴기도 하고 필압을 세게하거나 약하게 하여 종이 위에 자신의 성정을 풀어내는 것이다. 소헌선생의 획에는 그런 운율이 녹아있고 동서양을 뛰어넘어 그것에 대한 공감이 일치하였던 것이다.


 특히 형(形, shape)에 대해 평소에 많은 연구를 하고 가르친다는 선생은  법첩에 나오는 여러 서체의 같은 글자들이 어떤 패턴으로 변해왔는가를 면밀하게 추적한 OHP필름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해서가 행서로 이행되면서 글자 안에서 공간과 기울기는 어떻게 변하였는지에 대해 마치 논문을 발표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설명한다. 사실 요즘 서예를 감상하는 경향은 문장내용의 서정성보다 점획의 시각성 내지 조형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더구나 서양사람들은 한글이나 한자로된 문장의 내용을 알 턱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서예작품을 어떻게 감상할까. 그들은 서예의 고전적인 장법과 결구의 규율을 전혀 모른다. 소헌선생은 이 점에 착안하여 문자가 갖는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기존의 법에서 일탈하여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무강복無彊福>이나 <청심淸心>에서 이러한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화면을 꽉 채우지 않고 어느 부분을 대담하게 비워서 시선을 유도하는 그의 장법은 고전서예작품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움이 있다. 공간 배치의 파격적인 대담성,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기는 멋과 심미적 효과, 이것이 바로 소헌서예의 특징들이다.


 앞으로 색(色)과 질감(質感)을 서예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는 선생의 또 다른 화두이다. 물론 지금도 작품의 배경으로 부분적으로 색을 시도하고 있고, 질감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고대문양을 탁본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 하나가 세계속에 우리서예를 알리는 첨병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필자는 선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창조적인 예술정신, 고전에 대한 부단한 천착, 대담한 실험정신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도헌 동창에서  정태수

 

아래는 소헌 정도준선생님의 작업 모습과 작품 <사랑>  

 

약 력

  • 名譽 哲學博士(建國大學校 ‘2000)
  • 名譽 아카데미會員(獨逸 國立 슈투트가르트 美術大學 ‘99)
  • 雅號 : 紹軒, 虛舟灣, 爲山書屋,雙柏山房, 海山古宅
  • 慶尙南道 晋州生(1948年生)
  • 建國大學校 經濟學科 卒業
  • 大韓民國 國展 入選 9回('69∼'81)
  • 第1回 大韓民國 美術大展 大賞(大統領賞)受賞('82)
  • 第5回 原谷書藝賞 受賞('82)
  • 第2回 大韓民國 美術大展 特選('83)
  • 國立 現代美術館 招待作家
  • 國際 書法藝術聯合會. 韓國本部 理事
  • 韓國 美術協會 理事, 書藝分科 委員
  • 淵民學會 會員
  • 藝術의 殿堂 書藝講師
  • 弘益大學校 講師
  • 京畿大學校 傳統藝術大學院 講師
  • 慶熙大學校 講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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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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