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디자이너 이영희

함백산방 2010. 8. 23. 15:36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sm=bok_kin&where=nexearch&query=%C0%CC%BF%B5%C8%F1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쁨

책을 읽고 나서 그 소중한 책들을 다른 이들에게 추천 해 줄 때마다, 저는 새로운 힘을 얻고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내가 아직 이 세상에서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죠. 그래서 제자들에게 더 많이, 좋은 책을 추천해 주기 위해서라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자들에게 재능보다는 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디자인을 잘하고 옷을 잘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간미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되려면, 바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어머니가 읽어주시던 심청전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는 항상 저에게 책을 읽어주셨어요. 잠들기 전, 아주 동그란 안경을 끼시고 제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심청전과 춘향전을 몇 십 번이나 읽어주셨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도 없었고, 지금처럼 손쉽게 책을 구하기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저는 늘 그렇게 책을 읽어주시던 어머니 덕분에 항상 책과 가까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어렸을 때라 정확하진 않지만, 어머니 무릎을 베고 심청전을 들으면서 '아, 심청이는 정말 효녀구나. 나도 심청이처럼 효녀가 되어야지.' 라고 다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그때 저는 계속 그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심청이는 어떻게 생겼을 거야', '어떤 옷을 입었을거야' 하고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현재 제가 한복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에 정말 소중한 공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최근에는 [그 남자네 집],[친절한 복희씨] 등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워낙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이라 나도 모르게 금방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리곤 했습니다. 정말 그 분 작품의 주인공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 요리를 하는 장면에선 꼭 제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굉장히 쉽게 쓰시는 것 같으면서도 가슴에 절절히 와 닿습니다.
또 시를 참 즐겨 읽는 편인데, 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함축적인 의미와 그것을 풀어 나가는 많은 이야기들 때문인 것 같아요. 시는 짧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그리고 가슴이 막 아련해 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래요. 특히 김남조 시인의 시집은 전부 다 가지고 있을 정도예요. 그중에 <겨울바다> 라는 시를 가장 좋아합 니다. 그 시를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제가 겨울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착각이 들어요.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의미, 그리고 그 깨달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도 좋아하는데 [그 영혼의 푸른 별꽃]이라는 시집은 지금도 두고 두고 읽고 있습니다. 릴케는 특유의 순수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인간과 삶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있어요. 그래서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참 든든해집니다.

어느 순간 도착해있더라고요

일 때문에 뉴욕과 파리를 자주 오가는데, 남들은 비행기를 타는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그 시간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바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평소에는 오래 집중해서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길 때마다 미리 책부터 챙겨 놓습니다. 특히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짐을 쌀 때는 책이 제일 우선이에요. 보통 갈 때 올 때 2권씩, 4~5권 정도를 보는데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몰라요. 책에 완전히 빠져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도착해 있더군요. 사람들이 놀래요. 지겹지도 않느냐고 하지만, 저는 벌써 내려야 하나 아쉽기까지 한답 니다.(웃음) 여행 할 때 주로 두꺼운 책을 많이 들고 다니다 보니, 어깨 인대가 늘어나서 요즘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시간이 정말 즐겁습니다. '아, 오늘 내가 듣고 싶은 음악 실컷 들으면서, 보고 싶었던 책들 마음껏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공항으로 가는 길이 설레고는 한답니다.

가장 전망 좋은 곳의 서재

지금까지 꽤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한복을 세계에 알리고, 파리와 뉴욕에 한복 박물관을 만드는 등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죠. 오늘 일이 끝나면 당장 내일 할 일이 쌓이고, 또 다음 일들이… 그렇게 하루하루 숨 가쁘게 달려온 거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그냥 주변 여기저기에 쌓아놓고 살았네요. 이곳에도 1층부터 4층까지, 작업실이든 저의 거실이든 가리지 않고 두루 책이 꽂혀 있어서, 가끔 생각나는 책을 찾으려면 한참 걸린답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서재라…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네요. 저는 겨울 바다나 호숫가를 참 좋아해요.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호숫가나 바닷가 근처 언덕 위에 통유리로 된 집을 짓고 가장 전망 좋은 방에 서재를 만들고 싶어요. 두 면 전체를 책장으로 꾸며 제 책을 전부 모아 놓고, 한쪽 면에는 음악 CD들과 오디오 시설을 해놓는 거죠.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 클래식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전집을 사서 몇 번이고 계속 듣는 답니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그러면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미래의 제 서재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앞의 멋진 풍경과 함께 그렇게 시간가는 것도 잊은 채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네요. 그런 순간이 언제쯤 올지는 모르지만, 그저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세계로

저는 한국을, 특히 한복을 세계 속에 널리 알리고, 또 인정받는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문화적인 이미지가 뚜렷하지 못한 편이에요. 외국인들이'한국'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이 많지가 않지요. 김치 정도 될까요? 더욱이 '일본'하면 으레 기모노를 떠올리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우리 전통 한복은 많이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막상 외국에 가서 우리 옷을 보여주면, 그 환상적인 색감과 디자인에 모두 감탄을 하는데도 말이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전통 문화, 구체적으로 한복이라는 것을 세계에 더 많이,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파리며 뉴욕이며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한복을 알아보고, 그 아름다움과 깊이에 빠져 들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저는 제 힘이 다하는 그 날까지 한복을 알리고 세계 속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

'지식인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물학박사 최재천  (0) 2010.08.23
경제학박사 공병호  (0) 2010.08.23
소설가 신경숙  (0) 2010.08.23
사진작가 배병우  (0) 2010.08.23
클래식음악가 장한나  (0) 201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