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사진작가 배병우

함백산방 2010. 8. 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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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싶은 책들을 사는 편입니다

특별히 도서를 구매하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었을 때는 미술이나 사진 위주의 도서를 많이 사서 보았습니다. 그때는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샀던 편이고 지금은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필요한 책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들을 위주로 사는 편입니다. 또 저는 사진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주로 시각적인 책들을 좋아하고 많이 모으기도 합니다. 미술 서적에 국한되어 보더라도 요즘 젊은 분들이 점점 책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진이나 미술 관련 도서들을 많이 사고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소

서재에서 작업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제 서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책을 찾기 쉽도록 서재를 제목 별로 ABC 순서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작가 별로 분류를 하였는데 그때는 내가 보기 편했고.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 위주로 분류하다 보니 제가 불편한 점은 좀 있네요. (웃음) 광화문 작업실에는 학생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와서 많이 보고 가서 책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제가 많이 부탁을 했었죠. 가져가지 말고 와서 보라고. 지금은 절판된 책들도 많이 없어져서 조금 아쉽습니다. 이제 다른 친구들이 볼 수가 없을 테니까요. 여기 헤이리 작업실로 와서는 거리는 조금 멀지만, 학기 별로 50~100명 정도의 학생들을 초대해 놓고 조촐한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와인도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죠.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책이나 사진들도 실컷 보다 갈 수 있으니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소박한 요리사

저는 여수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여수는 먹을거리가 아주 풍부한 곳으로 사계절마다 다양한 생선을 먹을 수 있었고 지척에 지리산이 있어 산나물 등의 식재료가 아주 풍부했습니다. 또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요리사이셨기 때문에 그런 환경 속에서 저도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어시장에서 생선을 파셨는데, 아직도 그 풍요롭고 활기 넘치던 시장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19살 때 서울에 와서 10년 동안 자취생활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러다가 점점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요리를 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업실을 만들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 부엌입니다. 이 집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엌이 가장 중심에 있어요.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냥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편하게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별한 재료로 조리를 많이 하는 것보다는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편입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요리에 관한 책들도 사서 보고 그래서 이 서재에 요리에 대한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요리에 관한 책 중에서 최근에『앗 뜨거워』와 『키친 컨피덴셜』을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앗 뜨거워』는 뉴욕의 한 괴짜 기자가 뉴욕 유명 레스토랑 주방의 말단 직원으로 들어가 요리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로 요리와 문화, 역사까지 특유의 재치 넘치는 문체로 총망라한 것이 아주 재미있더군요. 단순히 요리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통해 삶과 문화를 성찰하는 책이죠. 『키친 컨피덴셜』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모르는 주방의 면모와 요리의 비밀을 낱낱이 이야기해주는 책으로 읽는 내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요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이 트는

태양이 뜨는 동시에 아침이 시작되고 하루가 시작되고. 또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동이 튼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신 분들은 모두가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살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항상 새벽녘의 촬영을 좋아했습니다. 해뜨기 전 안개와 섞여 있는 광선의 미묘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이때 촬영을 하지요. 그래서 저는 항상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 합니다. 그게 매일같이 습관이 되어 이제 눈이 저절로 떠지네요. 해가 뜨는 시간이 계절마다 달라서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차분하게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 콜렉터로 불리기도

어렸을 때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사곤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도 그 시절에 샀던 아주 오래된 책들이 있죠. 여러 분야의 책들을 좋아하지만, 특히 예술 영역의 책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회화에 관심이 많아 일반 현대 미술이나 미술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좋아합니다. 지역적으로는 지중해와 관련된 책들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제가 바닷가 출신이라 그런가 봅니다. 또 그림책들도 좋아하는데 제가 시각적인 예술을 하는 사람이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식물도감 같은 책은 몇 번을 꺼내봐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또 책을 살 때는 1권만 살 때도 있지만 같은 책을 몇 권씩 살 때도 있습니다. 저도 읽고 주변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 주기도 하죠. 또 나중에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많이 사둡니다. 그래서 한 지인은 저에게 북 콜렉터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선생과 제자, 알베르 까뮈와 장 그르니에

주위에 실존주의 철학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철학가들이나 철학 도서를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 시대의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알베르 까뮈와 그 선생인 장그르니에를 알게 되었는데,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까뮈의 스승인 장그르니에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장그르니에가 없었으면 아마 오늘날의 알베르 까뮈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훌륭한 제자를 만들어낸 스승이기에 더욱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스승과 제자로서 그들의 관계가 매우 이상적이고 부럽습니다. 그들이 참으로 행복한 선생과 제자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장그르니에에게 더욱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고 때문에 장그르니에를 철학자나 작가로서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도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그의 책 중에 『지중해의 영감』은 바다와 여행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에게 많은 영감과 감흥을 갖게 해 주었고 제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습니다.

작업과 여행, 그리고 책

사진 작업을 위해 여행을 참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주로 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오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에 사진을 찍고 오후 해질 무렵에 나가서 다시 촬영을 하곤 합니다. 따라서 낮에는 거의 작업을 안 하기 때문에 호텔에 돌아와 그 시간에 주로 책을 읽습니다. 여행할 때는 주로 5권~10권 정도의 책을 들고 다니는데 그곳에서 다 읽고 나서는 주위 분들에게 주고 여행지에서 또 새로운 책을 사서 읽고 돌아올 때 들고 오기도 합니다. 부피가 너무 크면 짐이 되기 때문에 주로 다 읽고 돌아오는 편입니다. 책은 저의 여행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합니다.

남해는 미래를 가진 바다

저는 바닷가 출신이라 남해안에서 오래 살았고 그곳에서 오래 작업을 하였습니다. 보통 저를 소나무를 찍는 작가로 알고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바다를 먼저 찍었어요.그리고 30대에 지중해를 가게 되었는데 이스탄불에서 흑해까지 두루 걸어 다니며 그곳의 풍경과 문화를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그곳의 사진을 찍으면서 늘 생각 났던 것이 바로 우리나라 남해입니다.
남해의 지리와 역사를 생각하면서 지중해는 과거의 영광이 있는 바다라면 남해는 미래의 영광이 있는 바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해에 더 애착이 갑니다. 최근에 『세상 끝에 집』이라는 책을 읽고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본격적으로 그곳의 아름다움을 담을 생각입니다. 우리 남해가 지중해와 같은 찬란한 역사를 가질 수 있도록 남해를 더 잘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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