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클래식음악가 장한나

함백산방 2010. 8. 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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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고도 멋진 공간의 기억

어릴 때 디즈니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그 속에 나오는 야수의 서재가 지금까지 너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몇 층씩 되는 높은 공간에 수없이 많은 책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아름답게 가득 차 있고, 계단과 사다리로 높은 책장까지 손을 뻗을 수 있었어요. 난로 가에는 토막나무가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고, 그 앞에는 무릎을 덮을 수 있는 포근한 담요와 의자가 있었지요. 또, 그 앞 커다란 창문 밖으로는 숲이 보였던, 그런 아늑하고도 멋진 공간으로 기억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공간에서 여러 시대와 여러 문명의 문학을 소장하며 읽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서재를 여러 이름으로 부릅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점점 책이 많아졌고, 꽂을 자리가 모자라서 여기저기 옷장 안 구석구석에도 쌓아놓고 살다가 책, 악보, 그리고 음반들을 한 방에 보관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서재가 만들어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서재에는 책 뿐 만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모아 온 여러 음반들과 DVD들도 많이 있습니다.
서재에서 연구를 하기도 하고 피곤하면 쉬기도 해요. 책, 악보, 음반, 책상 또 편안히 누워서 쉴 수 있는 소파와 연구할 때 사용하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모두 이 공간 안에 있어요. 그래서 이 서재를 “책방”, “CD방”, “피아노방”, “공부방” 등 여러 이름으로 부릅니다. 방안에 그랜드 피아노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고 그때 그때 생각 나는 여러 영감들을 제 연주나 지휘에 옮겨놓기도 해요. 그래서 제 음악과 책은 늘 같이 있는 동반자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그 냄새가 참 좋았어요

최근 이사를 하면서 벽장이 많은 방을 골라 벽장을 다 책장으로 만들었어요. 벽장을 책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반으로 쓸 나무를 고르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부터 알던 목수 분이 와서 며칠간 나무를 벽에 딱 맞는 선반 사이즈로 자르고 나르고 벽에 고정시키는 일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 방에서 생나무 자른 나무가루 냄새가 많이 났는데 그 냄새가 참 좋았어요. 마치 숲 속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선반이 완성된 후 선반에 빨간색 페인트칠을 하고 싶었는데, 금새 싫증이 날 것 같아 흰색 페인트로 칠했습니다.
페인트가 마른 후 작가의 국적에 따라 책을 정리해 꽂는데 잊혀진 책도 다시 만나고, 아끼던 책도 다시 보고 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완성이 되고 난 지금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드는 점은, 앞으로 당분간은 새로운 책과 음반 꽂을 자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네요.

톨스토이를 읽다 보면

어릴 때 처음 톨스토이를 접한 이후 지금까지 많은 다른 작가들을 읽었지만, 톨스토이에 대한 제 사랑은 변함없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톨스토이가 얼마나 사람의 심리를 깊이 꿰뚫어 보는지 느끼고, 그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등장인물들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와 같은 전성기 작품들을 비롯 톨스토이 자신의 종교와 예술론이 심하게 변한 후 쓴 부활, 하지 무랏 같은 후기 작품들에서 삶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진리와 그 진리를 너무나도 명료하지만 깊이 있게 표현하는 그의 예술성에서 많은 감동과 도전을 받습니다. 몇 년에 한번씩 꼭 정기적으로 다시 읽는 톨스토이는 그때마다 제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저는 제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마음의 키를 재는 기분입니다.

그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특별한 독서 스타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에 장르별로 한 권씩 읽는 것을 좋아해요. 주로 동시에 읽는 책은 3-4권 정도 되지만, 장르가 달라서 책 한 권 , 한 권 내용을 헷갈리지 않고 나름대로 충실히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 읽기 시작한 책들은 다 읽기 전에는 책장에 꽂지 않고 침대 옆 테이블 또는 책상에 놓아두고 생각 날 때 읽어 두곤 합니다. 항상 손에 닿기 쉬운 곳에 있으면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다는 건 크게 시간을 들여서 계획해서 한다기 보다는 그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호흡하는 것 같아요. 저의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책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언제까지 읽어야지 하고 시간을 정해두기보다는 시간 날 때 마다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됩니다. 그럼 책과 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참 쉽고 즐거워집니다.

한 작가의 삶에 푹 빠져 지내기도

관심이 가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의 대표적인 장편 작품들, 또는 짧은 이야기, 시, 에세이 등을 고루고루 사서 모두 섭렵하는 편입니다. 동시에 그 작가가 쓴 자서전 또는 그 작가의 삶에 대한 책을 두 세 권 정도 구입해서 같이 읽어요. 그래서 그 작가에 대해 최대한 모든 것을 알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그 작가의 일생과 생각에 친해집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어떤 사랑을 했는지를 알고 나면 그 작가의 책 속의 인물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게 깊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주로 한 작가 삶에 푹 빠져서 한 달에서 두 달까지도 그 작가의 책을 읽으며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로렌스의 특징은 언어로 리듬을 만든다는 것

최근 한 달간 D. H. Lawrence의 대표 소설들을 읽었습니다. Lawrence를 읽는 내내 그의 냉철함과 칼날같이 날카로운 표현에 거의 계속 쇼크 상태였습니다. Lawrence의 작품의 맥은 사랑과 죽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순수 문학에서 쉽게 접하는 그런 상징화된 “너”를 위한 완벽한 사랑, 또는 낭만시대의 소위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어렵고 끈끈하고 날카로운 그런 “나” 위주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는지 심층적으로 표현합니다.
Lawrence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이 작가의 특징은 언어로 리듬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같은 단어, 동일한 뜻을 가진 단어, 또 같거나 비슷한 문장을 반복하는 Lawrence의 스타일 덕분에 처음으로 언어로도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에 따라 읽는 속도가 저절로 변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어본 작가들 중 이렇게 언어로 확실한 의도적인 템포를 만든 작가는 처음입니다. 2,30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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