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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백자부’ 등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조들을 통해 현대 시조의 대가로 꼽혔던 초정의 기일(10월31일)을 앞두고 10일부터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김상옥 시인 유묵·유품전’이 개막한다.
10월 14일 문학의 집(이사장 김후란)에서 ‘초정 김상옥 문학의 밤‘이 열리고, 초정의 시와 시조, 동시를 모은 전집이 10월 말 창비에서 나온다. 또한 초정의 제자와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문집 ‘내가 본 초정 김상옥’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초정은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로 불렸을 정도로 옛 선비의 미의식을 현대에 재현했다.
심지어 수(繡)까지 놨을 정도로 탐미적이었다. 허영자 시인은 초정이 일본 교토에 갔을 때 일을 회상했다. 안내하던 일본인이 유명한 모래 정원을 가리켜 “큰 사막의 축소”라고 자랑하자, “사막의 축소가 아니라, 수석반(壽石盤)의 확대”라고 맞받아쳤다고 기억한다.
초정은 지난해 부인 김정자 여사가 타계한 뒤 깊은 슬픔에 잠겼다가 5일 만에 그 뒤를 따라 갔다.
경남 통영 출신인 그는 동향의 음악가 윤이상과 평생 친구로 지냈다. 초정의 시조 ‘봉선화’에 윤이상이 곡을 붙이기도 했다.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보며 하마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앉아 손에 찬찬 매어주던
하얀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은
지금은 꿈속에서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는 노래는 10월14일 문학의 밤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