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항아리-중앙박물관 소장)
백자부(白瓷賦)
초정 김상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틈에 불로초(不老草)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감상 글]
우리 문학사에 남을 이 시조는 수년 전에 타계(他界)한
초정 김상옥(艸汀 金相沃) 선생의 작품이다. 이 시는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릴 때 둘째 연(聯)이 빠져 학생들은
이 명작(名作)을 온전히 읽지 못한 셈인데 ‘꽃 아래 빚은 술’이,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처럼 이해될까
하여 빼버렸다는 것이다.
김상옥 선생의 시(詩)와 산문(散文)을 읽으면 이 분이 한국어를
백자(白瓷)처럼 다듬어 간 분이란 느낌이 온다.
한국어(漢字語와 한글語)가 한글의 공용화에 의해 온전하게
기능하게 된 지는 100년 남짓하다. 金相沃 선생은 한자어의
깊은 뜻과 한글어의 감수성을 아우르고 주무르고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아름답고도 품격(品格) 높은 언어를 빚어냈다.
우리가 백자부(白瓷賦)와 같은 위대한 한국어 문학작품을
갖게 된 것은 김 선생과 같은 소수의 천재가 밤 낮 없이 말을
갈고 닦은 덕분이다.
언어의 品格이 인간과 나라의 品格이고 예술언어로 빚어낸
정신이 국가와 민족의 혼(魂)이다. 김 선생이 이룩한 한국어의
발전이 그 뒤 중단, 또는 후퇴상태인 것은 한글전용에 의하여
한국어가 반신불수 상태로 암호화된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의 品格을 지켜가는 것은 민족혼일 터인데 말(言)이
미쳐서 날뛰는 상태에서 어떻게 제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한 가지 처방은 초정 김상옥(艸汀 金相沃) 선생의 詩를 많이
읽음으로써 머릿속과 마음을 정화(淨化)하는 것이리라.
글: 백자부- 초정 김상옥.
감상 글: <장경렬 교수>
자료제공: 부산 원로방 고문 최재용 선생님.
옮긴 이: 오당.
사랑하는 이웃 님!.
▒ 백자부(白瓷賦-백자를 칭송하는 글)를 읽고 ▒
아무 색갈이 없으면서 박꽃같이 흰 여인의 살속 같은 백자,
그곳에 조선의 혼이 살아 숨쉬고, 찬연히 빛나는 조선의
문화가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이 흰 항아리를 찬미한 전부 4연(聯) 으로 짜여진 글이
우리 문학사에 기리 남을 초정 김상옥 (艸汀 金相沃)
선생님의 백자부 (白瓷賦)입니다.
외국어로 번역하여 세계 여러나라에 널리 알려서
세계속에 우리의 혼이 살아 숨쉬게 하여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한글을 갈고 달구고 녹히고 구르면서 격조 높은 위대한
문학 작품을 남긴 초전 김상옥 선생님의 시조 는 백자 항아리
처럼 하얗고 하얗습니다. 더 무슨 말을 덧붙이겠습니까.
여기 마지막 연(聯)을 옮겨 봅니다.
「 불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지다
흙속에 잃은 그날이 이리 순박하도다』
[초정 김상옥(艸汀 金相沃-1920~2004)]
경상남도 통영출생. 시조시인.
대표작: 백자부,모춘,옥적(玉笛)등을 남긴 원로 시인입니다.
감상 글을 쓰신 <장경렬 교수님의 글>, 그 자체 만으로도
이 방면에 발군(拔群)의 재능을 가진 분의 품격 높은
문학작품으로서 백옥 같이 희기만 한 명문장 입니다.
뒤늦게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어
감개무량합니다.
불초(不肖) 오당이 팔도(八道)원로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우연이 부산 원로방 고문 최재용 선생님께서 올린 글을 읽고
반가운 나머지 질책을 무릅쓰 마음을 가다듬어 무딘 글
몇줄 써서 여기에 올립니다.
불로그 하시는 우리 이웃님! 예전에 백자부 읽으셔서 다
알고 계시지만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읽어 보시면 예전에
미쳐 모르셨던 희디 흰 새로운 백자 항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쁜 틈 쪼개서라도 한번 읽어 보십시요.
감사합니다.
07 12. 09. -오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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