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김상옥

초정 김상옥 시비 동산 통영에 선다

함백산방 2008. 1. 7. 09:48
초정 김상옥 시비 동산 통영에 선다

'비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통영이 낳은 예술계의 거봉 초정(草汀) 김상옥(金相沃·1920~2004·사진) 시인의 시비동산이 생전 초정이 비문을 쓰고 시를 지었던 곳인 통영시 남망산공원에 생겼다.

초정 김상옥 기념회(회장 정완영)와 통영시는 오는 29일 오후 2시30분 남망산공원에서 시비 제막식을 갖는다. 도비와 시비 8천만원을 들여 지난해부터 제작된 초정의 시비동산은 초정의 시비뿐만 아니라 시조. 글씨. 그림. 평소 쓰던 인장들을 열 개의 돌에 새겨 놓아 그의 문학과 서예. 회화 등 예술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중심 시비인 ‘봉선화’는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김창규 교수가 제작했다. 시비의 높이는 190㎝로 시비 표면에는 시 ‘봉선화’가 초정의 육필 붓글씨로 새겨져 있으며. 초상과 전각도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시비 본체 주위에는 초정이 그린 여러 형태의 백자 그림들과 ‘백자부’. ‘제기’. ‘싸리꽃’. ‘느티나무의 말’. ‘어느 날’. ‘가을 하늘’. ‘참파노의 노래’ 등 시와 시조를 새긴 돌 열 개를 놓아 두어 초정의 예술과 문학의 편린을 만져볼 수 있게 마련됐다.

시비가 세워지는 남망산공원은 직접 건립을 주도했던 충무공의 ‘한산시비’가 세워진 곳이라 그 의의가 더 크다. 통영시는 노송과 동백이 있는 시비공원 둘레에는 봉선화를 가꾸어 ‘초정의 봉선화 시 동산’으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상옥 기념회 정완영 회장은 “초정 선생이 시. 서. 화. 전각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예술을 창조한데다 시도 자유시. 시조. 동요. 동시 등에 다 탁월했던 분이라 선생의 육필 글씨와 여러 형태의 백자그림. 그리고 몇 개의 전각작품에다 원고지 글씨까지 새겨 아주 다채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볼거리가 많은 시비 공원이 됐다”며 “초정의 고귀한 시 정신을 후세에 널리 알리고 문학적 업적을 선양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으로 건립했으며 문화시대에 걸맞은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초정 김상옥은 이호우와 함께 1950년대 한국 현대시조계를 대표하는 시조시인. 전통시조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해 시조의 차원을 한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9년 ‘문장’에 시조 ‘봉선화’가 이병기의 추천으로 실리고. 이어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낙엽’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다.

처음 시조로 출발했지만 광복 후에는 시조뿐만 아니라 자유시도 많이 발표했는데 남긴 작품은 모두 600여 편.  1960년대 중반에 문학활동의 무대를 고향인 통영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긴 뒤 인사동에 아자방이란 가게를 열고 시와 그림 붓글씨를 써서 시(詩)·서(書)·화(畵) 일체의 경지를 보여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로 불렸다. 교과서에 실린 시조 ‘봉선화’ ‘백자부’ ‘옥저’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림. 서예. 전각. 도자기. 공예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져 많은 작품을 남겼다

시집으로 ‘초적’ ‘고원의 곡’ ‘이단의 시’ ‘의상’ ‘목석의 노래’ ‘묵을 갈다가’ ‘느티나무의 말’ ‘향기 남은 가을’. 동시집으로 ‘석류꽃’ ‘꽃 속에 묻힌 집’ 등이 있으며 제1회 중앙시조대상. 제1회 노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 10월31일 향년 85세로 타계했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설명]  초정 김상옥 시인 시비.


• 입력 : 2007년 3월 21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