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김상옥

초정 김상옥의 문학세계 "불과 얼음의 시혼"

함백산방 2008. 1. 7. 09:44
초정 김상옥의 문학세계 '불과 얼음의 시혼'

통영이 낳은 맑은 예술혼, 초정 김상옥(草汀 金相沃·1920~2004)의 문학 세계를 정리한 연구서 '불과 얼음의 시혼(태학사刊)'이 나왔다.

이 연구서는 초정 김상옥 선생 기념회가 기획하고 서울대 장경렬 교수가 편집작업을 맡아 20여명의 평론가와 문인들의 글을 엮었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초정이 남긴 대표시 '백자부'의 넷째 수다.

장 교수는 '초정의 시혼 자체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백자이고, 그의 시 세계는 불같이 뜨겁고 열정적인 마음과 얼음같이 맑고 정결한 눈길이 함께 조화를 이뤄 창조해 낸 것'이란 전제로 그의 시혼에 '불과 얼음'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밝혔다.

최동호 고려대 교수, 이상옥 창신대학 교수,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조남현 서울대 교수 등 평론가 10명이 학문적 접근으로 김상옥론을 풀어냈으며 이우걸, 정일근, 민영 등 문인 11명의 초정의 문학 세계에 대한 감상의 글도 함께 실었다. 말하자면, 학문적 접근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는 감성적 접근의 장(場)도 마련한 것이다.

책은 이 밖에 초정의 문학관이 담긴 글과 대담기사도 함께 수록해, 초정의 문학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초정 문학 연구에 촉진제가 될 만한 연구서의 출간이다.

초정 김상옥은 일제시대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1950년대 한국 현대시조계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전통시조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해 시조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0년대 중반에 문학활동의 무대를 고향인 통영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긴 뒤 인사동에 아자방이란 가게를 열고 시와 그림, 붓글씨를 써서 시(詩)·서(書)·화(畵) 일체의 경지를 보여 문단에서 '시서화 삼절'로 불렸다.

교과서에 실린 시조 '봉선화' '백자부' '옥저' 등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림, 서예, 전각, 도자기, 공예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져 많은 작품을 남겼다.

2004년 10월31일 향년 85세로 타계했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 입력 : 2007년 6월 22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