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硏 “글꼴명 오기 지적하자 삭제” 행안부 “옛 글꼴이라 입력 못했다” [아시아투데이=홍성율 기자] 행정안전부가 정부 공문서에 날인하는 관인(官印)의 서체를 전서체에서 다른 글꼴들로 바꾸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글꼴명을 잘못 기재한 공문을 배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공인(公印) 조례도 잘못 개정돼 조례를 또다시 바꾸거나 공인을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 지자체가 관례상 나라 관인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국새의 규정을 따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字體)’로 조례를 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 대종언어연구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3월21일 낸 <‘꼬불꼬불’ 관공서 관인, 알아보기 쉽고 반듯하게 바뀐다!>라는 제하의 보도자료 내용 중 활용 가능 서체에 행정기관개발 글꼴인 ‘문체부 훈민정음체’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로 잘못 예시했다.
문체부 훈민정음체는 서울대 대역해석학연구센터 최형인 교수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지난 1995년 개발 완료한 현대형 글꼴이다. 문제는 각 지자체의 공인 글자체가 관례상 따르는 국새 글자체도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행안부는 제3~5대 국새 글자체를 국새 규정인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를 위반하고 이를 활용한 ‘현대형 문자 판본체’로 새긴 바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공인 글자체를 변경할 때 정부 방침에 따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방침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글꼴이 바뀌는 공인은 1만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 도봉구와 용산구, 종로구, 경기도 의왕, 남양주, 이천, 부천, 충남 천안, 제주도 등이 공인 조례의 글자체 조항을 ‘한글 전서체’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개정했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은 “아래아(ㆍ)가 없는 글자체가 어떻게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일 수 있느냐”며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받침에 꼭지 있는 동그라미(ㆁ)는 ng(ŋ)음, 꼭지 없는 동그라미(o)는 묵음으로 쓰이는 등 ‘ㆁ’와 ‘o’의 구별이 엄격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행안부가 예시로 제시한 ‘행정안전부’ 글꼴이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체라면 꼭지 없는 동그라미가 쓰여 그 발음은 ‘해저안전부’가 된다”며 “공문과 보도자료를 낼 때 ‘’라고 예시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조선총독부가 언문철자법 강행 시 훈민정음 제1번 모음인 ‘아래아(ㆍ)’와 ‘ㆎ’를 폐기했고, 된시옷을 쓰는 된소리표기를 각자병서 쌍자음으로 왜곡했다”며 “아래아가 전혀 구현되지 않는 문체부 훈민정음체는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을 따른 글꼴”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날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 잘못된 점을 시인하고 부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행안부 행정제도과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글자체 예시가 잘못된 게 맞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글자체를 워드 프로그램 ‘한글’에서 입력할 수가 없어 유사한 문체부 훈민정음체를 사용했다”며 “글자체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잘못된 부분인 만큼 바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치는 정정 보도자료를 내거나 주석 또는 그림 파일을 삽입해 수정한 것이 아니라 예시에 명시된 글꼴명을 삭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해 “결과적으로 지방정부를 잘못 유도하고 국민을 속인 상황에서 이런 삭제 조치는 증거인멸로 비칠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행안부가 국새 규정을 어기고 3~5대 국새를 제작했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조치는 지난달 국토해양부가 남한강 여주보 구조물에 새겨진 ‘훈민정음 언해본’의 글자체 중 ‘ㆁ’와 ‘o’를 잘못 표기한 것을 시인한 뒤 준공 전까지 글꼴을 수정하고 안내문을 설치하겠다는 조치와 대조된다. <홍성율 기자 sungyul@asiatoday.co.kr> {ⓒ '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 |
출처 : 서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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