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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인민해방軍 합세, 그림값 올리기

함백산방 2012. 1. 19. 16:20

中 정부·인민해방軍 합세, 그림값 올리기

  • 곽아람 기자
  • 입력 : 2012.01.19 03:07 | 수정 : 2012.01.19 09:56

    중국 미술, 폭발적 성장
    "中 작가는 피카소보다 비싸야" -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점유율, 2006년 4.9%→작년 39%로
    골동품·작품값 경쟁적 올려 낙찰금 안주고, 거품 논쟁도

    668억원짜리 왕몽 그림 - 2011년 세계 미술품 경매가격 2위를 차지한 왕몽의‘치천이거도’. 중국 바오리 옥션에서4억250만위안(약 668억원)에 팔렸다.
    2002년 세계 미술시장은 유럽·미국의 서구 작가들이 장악했다. 그 해 미술경매 낙찰가 1위는 루벤스의 '유아대학살'(약 823억원), 2위는 피카소의 '목걸이를 한 누드'(약 265억원)였다. 낙찰가 톱100 안에 비(非)서구 작가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9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2011년 낙찰가 1위는 치바이스(齊白石)의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718억원)', 2위는 668억원에 팔린 원말 화가 왕몽(王蒙)의 '치천이거도(雉川移居圖)'가 차지하는 등 톱 10에 든 중국작가는 세 명이다.

    세계 미술시장이 중국에 점령됐다. 2006년 중국의 세계미술경매시장 점유율은 4위(4.9%)였으나, 2010년엔 33%로 1위, 2011년에도 39%로 2위 미국과 차이를 더욱 벌리며 1위를 고수했다.

    軍·官·民 합심 중화주의

    중국미술의 괄목할만한 성장 뒤에는 '세계 미술의 중심도 중국'이라는 중화(中華)주의가 있다. 중국 정부·군(軍)·거부(巨富)는 3각편대를 구성해, 중국 화가의 그림 값을 올리고 있다. 2010년 11월 런던 베인브리지 경매에서는 18세기 청(淸) 건륭제 때의 도자기가 익명의 중국인에게 5160만 파운드(약 915억원)에 팔렸다. 중국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은 중국 국영기업이자 최대 방산업체인 바오리(保利·영어명 Poly) 그룹의 의뢰를 받은 에이전트들이 경합상승을 부채질했을 것"이라며 "청나라말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되찾겠다는 바오리 그룹의 의무감이 작품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경매회사인 바오리의 모기업 바오리 그룹은 중국 인민해방군 직영 기업. 중국 인민해방군은 무기제조사부터 청바지메이커까지 수만개의 자회사를 거느려 엄청난 돈을 주무르며, 한편으로는 '문화중화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바오리는 앞서 2005년 5월엔 홍콩 크리스티에서 9000만달러(약 897억원)어치의 중국 골동품을 사들이고,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중국 왕실 청동 항아리를 800만 달러(약 87억원)에 사들였다.

    中미술경매회사는 인민해방군 산하 미술계에 중국 바람이 거세다. 사진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경매회사인 바오리(영어명 Poly)가 2007년 베이징에서 개최한 경매에서 응찰자들이 전화로 가격 경쟁을 하는 모습. /블룸버그
    중국 제2의 경매사인 지아더(嘉德·Guardian)는 중국 정부가 주요 투자자. 지아더는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는 해외에 반출된 중국 문화재를 들여온 공로로 중국 인민과 정부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김순응 아트컴퍼니 대표는 "중국 컬렉터들로부터 '중국 작가 작품이 피카소보다 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며 "중화 자긍심 회복을 위해 중국 정부와 군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미술품 경매 관련 규정을 제정, 정부와 경매협회 주관으로 중국 문물예술품 경매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미술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중국 내 경매 회사는 2000년 13개에서 2010년 204개로 10년 새 16배, 낙찰총액도 2000년 10억1437만8520위안(약 1300억원)에서 2010년 573억5160만 위안(약 10조원) 수준으로 57배 증가했다.

    특히 경매시장에서 인기있는 작품은 중국 고서화 및 치바이스·장다첸(張大千) 등 청말 및 근대화가 작품. "서구에 위축됐던 동양 전통문화의 긍지를 되찾자"는 생각이다. 장샤오강(張曉剛)·쩡판즈(曾梵志)·웨민쥔(岳敏君) 등 현재 활동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도 중국적 작품으로 화풍을 바꿨다.

    낙찰금 미지급·거품 논쟁 등 부작용도

    미술계 중화주의는 국제 시장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09년 이브 생 로랑 소장품 경매에서 청나라 때 조각 두 점을 약 540억원에 낙찰받은 중국인은 "프랑스가 중국서 약탈한 것이니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윤석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장은 "중국인들이 작품값만 올려놓고 정작 돈을 안 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 크리스티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경매부터 보증금제를 도입했다. 신규 고객이나 2년간 구매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20만 홍콩달러(약 2980만원), 혹은 응찰 작품 추정가 최저치 합산가의 20% 중 더 높은 금액을 보증금으로 받는 것.

    추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도 '거품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교수)은 "피카소 작품은 수요가 전 세계적인 데 반해 중국 그림은 오직 중국 수요만 있다는 사실도 거품 논쟁이 제기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