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예광 장성연의 현대가사에 나타난 전통의 지속과 변화

함백산방 2010. 12. 28. 20:27

 

첨부파일 예광 현대가사(청람어문교육41집2010).hwp

 

 

 

청 람 어 문 교 육

Journal of CheongRam Korean Language Education

2010. 6. 30., Vol. 41, pp. 475~530

예광 장성연의 현대가사에 나타난

전통의 지속과 변화    

                                                             정 소 연(서울대)

   

 


 

< 차례 >


Ⅰ. 서론

Ⅱ. 예광 장성연 소개

Ⅲ. 형식과 표기

     Ⅳ. 창작과 향유 상황 및 향유 방식

        -:현장성, 즉흥성, 일상성 및

            詠․誦․讀․筆寫
Ⅴ. 다양한 갈래의 교섭현상
Ⅵ. 전통가사의 다양한 세계 재현
Ⅶ. 이름 머릿글 가사의 창안
Ⅷ. 결론

 

Ⅰ. 서론

조선시대에 시조와 더불어 대표적인 시가갈래였던 가사는 현대에 와서도 창작되고 있지만

시조가 ‘현대시조’라고 불리며 활발하게 창작되는 것에 비한다면 그 양상이 미약한 편이다.

 

본고는 현대가사의 창작이 활발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왕성하게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예광 장성연(1944~현재)의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1만여 연에 이르는 작품들에 나타난 전통가사의 지속과 변화의 측면을 분석하고

여기서 볼 수 있는 가사의 현재적 갈래로서의 계승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가사가 쇠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조동일1)은 가사의 연속체를 답답하게 여겨 분련체의 창가가 등장해 이를 대신하였고

산문의 발전으로 인해 율문으로 된 교술이 축소되었다고 했다.

 

김대행2)은 19세기이후 가사가 문학사의 주변부로 물러나 ‘변두리 가사’가 된 이유로

긴 이야기에 기초한 장형화, 4․4조의 형태적 완고성, 교훈성, 단순한 오락성 등의

경직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현재적 갈래로서의 가사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현대에도 가사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다양한 방향으로 모색해왔는데

이러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가사의 작품을 분석하는 연구는 주로 여성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리고 지방의 가사문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3)현대에는 가사의 주된 작가층이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남이나 경북지방에서 작품들이 많이 발굴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정옥4)은 내방가사를 중심으로 전문적 수준의 가사작가가

2000년대에 대거 등장한 사실에 주목하고 21세기에 맞는 문학적 표현양상과

향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 가사의 창작이 규방 가사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가사의 전면모가 계승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둘째, 전통가사의 특징 중 현대에 계승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는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특징은 4음 4보격5)이다.

고순희6)는 4음 4보격이 우리 시가의 보편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양식이므로

현대에 부활의 가능성을 지녔다고 했다.

정병헌7)은 4자 4구가 자유시인 현대시를 보완하는 갈래로서의 존재의의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시조가 현대시의 결함인 운율적 정형성을 보완하듯이

현대가사는 서구의 시를 따라 가느라 바빴던 우리 시의 아픈 역사를 보완하여

운율공동체를 확립할 뿐 아니라 ‘운율체의 수필’이라는 점에서 문학적 의의를 갖는다고 하여

가사의 창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학성8)은 4음 4보격이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율격양식으로서 심층의식에 잠재하고 있고

또 가사의 창작-향유를 통해 인격도야, 정감적 설득, 정채로운 미감의 공론화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서 현재적 갈래로 부활할 수 있다고 했다.

김신중9)은 전통가사의 4음 4보격이 기억에 유리하고 현대가사에서 보이는 분련체 구성이

현대인들의 짧고 빠른 호흡에 알맞다고 하여 현재적 계승을 위한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셋째, 이외에도 가사의 현재적 계승을 위한 다양한 방면의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정기철은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서 현대 가사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10)기행가사 쓰기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글쓰기 교육방안을 제시하였다.

11)박춘우12)는 규방가사의 교훈전달방식을 가사 창작 교육에 접목하자고 했다.

박경주13)는 규방가사에서 나타나는 이념 전달과 규범 제시, 체험적 창작과 감상의 공유,

공동 연행과 창작 등의 요소들이 현대의 문학치료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관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사 갈래의 현재적 의의를 모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방향의 연구사적 흐름 중 본고는

첫 번째 방면의 연구를 더 진행하려고 한다.

현대 가사는 소수의 여성이나 특정 지방에서 발견되는 적은 작품이 전부여서

더 많은 가사 작가와 작품의 발굴이 필요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를 적극적으로 찾아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본고는 현대 가사 작가로 예광 장성연의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다.

현대 가사가 여성 작가를 중심으로,

혹은 경상도나 호남의 지방을 중심으로 향유되고 연구되어온 현실을 생각할 때

예광 장성연은 남성 작가이면서도 서울에 거주하면서

매우 활발하게 가사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1만여 연이 넘는 작품을 지었기 때문에

풍부한 작품들을 통해 현대가사의 지속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논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Ⅱ장에서는 예광 장성연에 대해 소개한 뒤

Ⅲ장부터 Ⅶ장까지에서는 본격적인 작품분석을 진행한다.

현대 가사의 현황 소개 및 계승방안을 찾는 본고의 목적에 맞게

예광의 가사에 나타난 전통 가사의 지속과 변화의 양쪽을 모두 살펴

각각의 장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Ⅷ장에서는 논의내용을 요약하고 결론을 맺는다.

 

Ⅱ. 예광 장성연 소개

예광 장성연(1944~현재)은 詩․書․畵 세 가지를 모두 하는 작가이다.

1981년 서예로 대한민국 국전에 입선 후 1988년 KBS 전국휘호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94년에는 한글고체교본 출판을 시작으로 10여권의 서예교본을 출판하였다.

우리나라 서예 고체(판본체) 교본을 가장 먼저 낸 사람으로서 현재까지 2만여 권이 팔렸고

공군사관대학교, 교원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등에서 서예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림은 2009년에 미국 경매에서 새우그림이 아주 고가에 낙찰된 바 있다.

산문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박꽃피던 고향>으로 1999년 문단에 정식으로 입단하였다.

예광의 서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모두 자신이 직접 창작한 글로 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군자여행'이라는 서예교본은 자신이 직접 지은 150여 수의 詩로 구성하였다.

2005년에는 직접 지은 시로 글씨를 써서 한국민족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예가는 자기 글을 자기가 써야 하고 그림 역시 畵題는 반드시 작가가 써야 한다는

詩書畵同源이라는 생각을 그대로 실천한 결과 시․서․화 모든 분야에서 빼어난 실력을 나타낸 것이다.

서예를 가르치기 위해서 즉석에서 4字․8字․16字․32字 등 작품크기에 따라서 글을 짓는데

4음 4보격의 노랫말을 짓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2007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루에 4연14) 내지 10연씩,

어떤 때는 16연에서 20연씩 지어 2010년 1월말까지 3년 동안 9200연을 완성하였다.

1연은 4음 4보격 4행의 64자를 단위로 한 것이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4년 동안 1만 연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가사를 짓는 작업은 50%는 전철 안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이 잘 될 때는 가는 전철에서 30여 분 동안 8연을,

오는 전철 30여 분간 또 8연을 지어 16연을 완성한다.

때로는 신문의 기사나 사설, 칼럼을 가지고 짓기도 하고

설교나 강연을 들으면서 짓는 경우도 있다.

30분간의 설교와 동시에 64자씩 8~10연을 짓는다.

어떤 경우에는 책을 읽고 한 권의 책에 대해 120연을 짓기도 한다.

가사의 창작은 한시를 번역하거나 고사성어를 설명할 때에도 이루어진다.

김삿갓의 한시를 번역하되 모두 4음 4보격이 되도록 가사화하였고,

고사성어의 경우에는 4음 4보격의 1행으로 풀거나 4연으로 하여 50여 편(200연)을 지었다.

또한 사람의 이름, 부부나 직함의 이름을 머리글로 한 가사를 짓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에 나오는 [그림 1]을 보도록 하자.

[그림 1]은 부부이름을 머리글로 해서 가사를 지은 뒤에 작가가 직접 글씨를 쓴 것이다.

큰 글씨는 ‘어우름체’로 작가가 고안한 서체이고 작은 글씨는 ‘한글서간체’이다.

때로는 이름에 직함까지 더해서 10자가 넘는 글자를 머리글로 해서 짓기도 한다.

한 글자가 4행이 되도록 하여 10~12폭의 병풍에 직접 글씨를 써서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림 1] 부부이름을 가사로 지은 뒤 작가가 직접 쓴 글씨15)


 

이제 예광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되

전통가사의 특성이 지속되는 부분과 현대 가사로서 변화된 부분을 비교하면서 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서 현대 가사의 나아갈 길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Ⅲ. 형식과 표기

Ⅲ장에서는 형식과 표기에 있어서 전통가사의 특징이 예광의 현대가사에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

또 변화는 어떤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4음 4보격을 유지하거나 구두점이 없다는 점은 지속적 측면이라면

연 구분과 열린 結語 등은 현대가사로서 변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두 개의 절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4음 4보격의 분련체

가사의 기본적인 형식은 4음 4보격의 연속체이다.

그런데 예광은 4음 4보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64자씩, 곧 4음 4보격의 4행마다 연구분을 하는 분련체를 택했다.

이는 예광만의 특징은 아니고 다른 작가들의 현대 가사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는 줄수를 불규칙적으로 분련하기도 하고,

규칙적으로 3행씩 분련하기도 하나 예광은 4행으로 분련하고 있다.

아래 작품을 보면서 논의를 계속하도록 하겠다.

좀 길지만 논의를 위해서 전편을 다 보인다.

[1] <제12일> 2003. 10. 316)

외국와서 보는한글 버스에서 발견하니

중고버스 회사이름 자동문과 행선지들

시내버스 모든차량 대우차가 전부이다

우리경제 우월함이 러시아에 빛나더라

시청광장 깨끗하고 일기마저 쾌청하다

바닷바람 목포처럼 늦가을의 한국이라

거리에는 러시아인 용모단정 하지만은

경제사정 좋지않아 그실상은 알수없네

재래시장 풍경들은 나라마다 비슷하다

블라디의 시장터엔 여러가지 입을것들

음식점은 안보이니 배가고파 힘이드네

자장면의 그냄새가 어디에서 나는걸까

물건들은 우리보다 못한것이 많다만은

물건값은 비싸보여 가죽제품 모피제품

무엇이든 싸지않아 사야할것 별로없네

음식점을 찾다못해 치킨콜라 사먹었네

어렵사리 찾은곳은 치킨맥주 집이었네

네사람이 이인분을 주문하니 칠십루블

콜라한병 내어주며 컵은안줘 달라하니

일회용컵 일루블씩 4루블을 지불했네

노점인지 가게인지 벽도없는 이층집에

간이건물 치킨맥주 술마시는 남녀노소

그자리서 흥에겨워 춤추는이 캬바렌지

술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곳 여기더라

치킨굽는 종업원은 연기뽑는 시설없어

온갖곳에 연기만을 선물하니 못됐구나

술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찌할꼬

낭만일까 괴짜일까 나로서는 알수없네

오십년대 한국전차 그수준도 안되는것

불결하기 그지없고 버스들의 일점오배

좌석모두 삼십육석 입석이야 백석정도

잘못승차 하였는데 여자기사 고려사람

자동차를 비롯하여 노후낙후 시설물들

오랜세월 사회주의 실시했던 원인인가

많은사람 깔끔해도 시장골목 지저분해

사상이념 결과따라 경제문화 같이하지

러시아인 서울보면 어떤생각 하고갈까

우리들과 비교하면 한숨먼저 쉴것이고

대한민국 부러워서 잠도오지 않을거야

우리나라 발전모습 이들에게 보여줄까


 

작품 [1]에서 4음절마다의 띄어쓰기와 행갈이, 4행마다 1행의 공간 비우기 등은

작가가 한 그대로를 옮긴 것이다.

이하 본고에서 인용하는 모든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작가가 새누리호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 갔다온 20일간의 여행기를 가사로 쓴 것의 일부인데

여정동안 매일 적게는 4연에서 많게는 10연씩 지었다.

해당일자를 제목으로 삼고 그 날에 있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여정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4행마다 연이 바뀌게 하여 통사적인 종결과 내용적인 구분이 4행마다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제목을 보면 작품 전체의 주제가 아니라 해당 날짜로 대신하고 있어서

분련체를 취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여정에 따라 하루를 기준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분련체를 취하지 않으면 행과 행이 작품 전체에 걸쳐

모두 유기성이 강한 내용으로 써야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분련체를 취하고 있고 연마다 내용이 다르다.

1연은 버스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자랑스러움을,

2연은 시청광장을 통해 그 곳의 경제의 어려움을,

3연부터는 시장의 이모저모를,

5~7연은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치킨집을,

8~9연은 전차와 낙후된 시설물을,

10연은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을 언급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내용을 자유롭게 담기 위해서 분련체를 취한 것만은 아니다.

앞에서 본 기행가사만이 아니라 작가의 모든 작품이 4행마다 연이 구분된 분련체로 되어있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 작품을 보도록 하자.

[2] <외모로 판단말라> 2009. 9. 10 작업실17)

재산많은 노부부가 자식없어 상속못해

자신들의 전재산을 교육사업 투자하려

하버드대 방문하여 총장면담 원했으나

차림새가 허름하여 수위에게 거절당해

총장님은 너무바빠 만날시간 없다면서

빨리돌아 가라하니 이런대학 세우려면

투자자금 얼마드나 질문하니 수위의말

내가그걸 알께뭐요 퉁명스레 대답했네

마음상처 받은노인 기부계획 취소하고

직접투자 대학설립 그학교가 스탠포드

이런사연 나중에야 알아차린 하버드대

정문에다 사람들을 외모로만 판단말라

지금에도 있다하니 학생들과 모든사람

좌우명이 됐다하니 경각심을 느끼누나

믿음으로 사는자는 하늘나라 위로받고

속마음을 정리정돈 바른길을 가야겠네

작품 [2]는 총 4연으로 된 작품이다.

1연에서 3연까지는 하버드대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인해 큰 기부자를 놓쳐버린 사연과

그 기부자가 스탠포드대를 세운 이야기로 되어있다.

4연은 그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외모를 취하지 말고 속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가사이다.

이 작품 역시 4음 4보격을 유지하면서 분련체로 되어있다.

4행마다 1행씩의 공간을 띄우고 있고 통사적 종결도 끝이 나서 해당 연마다 독립성이 강하다.

이렇게 독립성이 강한 여러 연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묶일 수 있는 유기성은

연마다의 내용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 연에서 전체 내용의 마무리를 짓는 화자의 고백을 통해서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므로 외적인 형식은 연마다 독립적이고 내적인 내용의 흐름이 연속적이라고 하겠다.

연의 구분을 위해서 4행마다 1행의 空間을 두는 것,

그리고 4음절마다 1음절만큼의 공간을 두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작품의 가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긴 작품이 연의 구분이 없이 이어진다거나

4음절마다의 띄어쓰기가 없다면 현대인들이 읽기에는 익숙하지 않고 불편할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띄어쓰기나 행갈이가 매우 드물지만

문자문화와 시각문화가 일반화된 지금은 시각적인 공간의 배치를 활용해

묵독의 방식으로 향유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광의 가사에서 4음절마다의 띄어쓰기는 문법 기준이 아니라 글자수와 율격이 기준이 된다.

4보격이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도록 엄격하게 4음절마다 외적인 띄어쓰기를 하는 것은

전통가사, 그리고 다른 현대 가사와도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시각적으로도 4음의 규칙성과 4보격이라는 특성은 율격적 특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문자문화의 시각성을 최고도로 추구하면서

이 점이 도리어 구술문화의 율격적 특성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고순희와 김신중은 분련체가 수필과 구분되는 가사만의 특징이라고 했다.

18)그런데 그냥 분련체가 아니라 ‘4행’이라는 분련체는 수필뿐만 아니라

어떤 갈래와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형식이 될 수 있다.

시조의 3행과 대비해서 시조와 구별되는 가사 갈래의 존재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시조는 3행과 4음보라는 짝수와 홀수의 공존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현대시조 중에는 현대시처럼 6행, 12행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긴 작품도 있어서

예광 가사에서의 4행의 분련체는

전통시조와 현대시조, 모두와 항상 대비되는 가사 갈래만의 형식이 된다.

한시도 5자나 7자의 홀수와 4행의 짝수가 공존하는 긴장감을 띤다.

그러나 예광은 항상 4음 4보격 4행으로 가사를 짓는다.

이는 어떤 갈래와도 대비되는 현대가사의 독자적인 형식을 모색한 것이다.

전통가사는 연속체가 특징이다.

가사가 4음 4보격의 연속체라는 점은

그간 가사의 갈래적 본질과 독자성을 규명하는 데에 논란을 일으킨 대목이기도 하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형식이 조선시대 여러 율문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작가의 8천여 연에 이르는 모든 작품이 항상 4행마다 규칙적으로 분련체가 된다는 것은

가사라는 갈래의 본질적 성격을 규명하고

현대 가사로서의 구별된 양식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9)

2. 열린 結語와 구두점의 不在

전통가사는 연속체인 까닭에 그 긴 연속된 행들이 끝나는 표지로 結語가 있다.

결어는 작품이 끝난다는 시적 종결을 외적으로 알릴 뿐만 아니라

제시된 주제를 다시 확인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20)이런 점에서 조세형은 연의 구분이 있는 연시조의 결어는 가사의 것과 다르다고 했다.21)

예광의 가사에는 종결 표지가 외형적으로 없고 작품이 끝남으로 인해 종결을 알게 하는 경우도 많다.

전통 가사의 결어는 마지막 문장이거나 마지막 문장 앞에 감탄구가 옴으로써 뚜렷한 표지가 된다.

그러나 분련체를 취하고 있는 예광의 가사에는

하나의 문장이 결어의 역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결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작품 [2]와 같이 하나의 연 전체가 작품의 마무리 역할을 하므로

‘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련체와 밀접하다.

연속체에 비해 분련체는 호흡이 중간 중간에 끊어지므로

전체를 모두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이 적어지는 것이다.

관련하여 아래의 작품을 보도록 하자.


 

[3] <젊게 사는 법> 2008. 10. 17.

코미디언 조지번즈 백년넘게 살았지요

일백세가 되던해에 방송국과 무대약속

평소그는 말하기를 늙는것을 걱정말라

녹이스는 그사실을 더욱걱정 해야한다

육체보다 마음까지 녹이슬면 아니된다

우리들도 살아가며 언제든지 젊은생각

젊게사는 방법이란 나이에서 이십빼라

그래야만 젊게살고 건강유지 되느니라

조지번즈 충고하길 장수비결 간단하다

정직하고 소식하며 수면충분 취하면서

과욕일랑 품지말고 가끔씩은 나이속여

농담유머 해가면서 웃어가며 살라하네

나는이미 저세상에 등록마쳐 놓았으니

나에게는 은퇴죽음 전혀없고 걱정없다

먼저젊게 살아가자 젊은이와 같이놀자

내마음은 청춘이다 나의갈길 젊은길뿐


 

총 4연의 작품인데 앞의 3연까지는 코미디언 조지 번즈의 젊게 사는 법에 대한 내용이고

마지막 4연은 자신도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4연의 마지막 행이 외적으로 특별히 결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4연 전체가 마지막으로서의 표지가 되는 성향이 강한 것도 아니다.

자신도 그러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젊게 사는 법을 알려주려는 교술적인 성향이 더 강하므로

작품 전체가 다 주제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4연 다음에 하나의 연이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행의 통사적 종결까지 닫혀있지 않고 ‘젊은 길뿐’이라고 열려있어서

새로운 연을 추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렇게 예광의 가사는 외적인 結語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열려있다.

이러한 ‘열린 종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사는 그 교술적 성향으로 인해 타인을 향한 목적의식이 강하다.

갈래 자체가 공동체를 향한 발화이고22)공동체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말을 열어둠으로써 함께 향유하고 있는 공동체가

심리적으로 얼마든지 이 작품 속에 들어오고 자신의 삶에서 이 작품을 이어가게 할 수 있다.

한시와 시조를 비교한 연구에 의하면 눈으로 읽는 시인 한시에서는 닫힌 종결이,

귀로 듣는 노래인 시조에서는 열린 종결을 취함으로써 서로 대비된다.

23)귀로 듣는다는 것은 나와 너라는 공동체, 곧 ‘우리’의 결속을 더 강화시킨다.

눈으로 읽는 행위는 혼자서 하는 고독한 일이지만 낭독하거나 부르는 행위는

행위자와 그것을 듣는 자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24)그렇다면 예광의 현대가사에서 보이는 열린 종결은

이러한 공동체적인 의식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비록 이제는 가창되지 않고 읽는 시가 되었지만

그러한 문자문화의 고독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또 시이지만 노래로서의 특징을 보완하기 위해서 열린 종결로 ‘우리’를 염두한 것이다.

사대부의 가사에서는 결어가 ‘상층인의 자기 확인’을 하는 기능을 한다.

25)위로부터 아래로의 전달적 기능을 하는 교훈가사의 경우는 그러한 성향이 더 강하다.

그런데 작품 [3]과 같이 ‘젊게 살라’는 충고의 내용을 가진 예광의 가사에는 결어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가사에서의 결어가 상층의식을 확인하는 문학적 관습이었다면

예광의 가사에서 결어의 不在는 모두가 평등한 현대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조선후기 가사에는 결어에 무관심한 경향26)도 있었다.

이를테면 결어가 없는 <갑민가>와 같은 서민가사27)

시민사회를 향해 준비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광의 가사 역시 조선후기의 경향을 이어 현대사회에서

‘너’와 ‘내’가 상하의 관계가 아닌 사회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어가 없는 열린 종결을 통해 상층인의 자기 확인에 해당하는

상하의 구분의 여지가 아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역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모두를 존중해야 하는 현대사회에 효과적인 말하기 방식이다.

이제 또 다른 작품을 보도록 하자.


 

[4] <석가와 거지> 2009. 5. 15.

인도에서 일하기를 싫어하다 거지되어

구걸중에 석가모니 앞을지나 마주치니

그거지는 나리님께 한푼주오 애원하니

석가모니 불쌍해서 먹을것을 주려했지

그거지는 감사해요 말하면서 손내밀어

받으려고 하였지만 움직이지 아니하니

깜짝놀란 얼굴로써 석가모니 쳐다보며

어찌하여 나의손이 올라가지 않는가요

석가모니 한참동안 거지행색 살펴보며

당신같은 젊은이가 사지멀쩡 함에불구

일하기를 싫어하여 구걸하기 좋아하니

수족이란 일을하는 사람에게 필요하지

일을하지 않는사람 필요없는 것이라오

나중에는 몸전체가 안움직여 죽게되요

이말듣고 그거지는 새마음을 갖게되어

열심으로 일을하여 좋은농부 되었지요


 

작품 [4]는 석가와 거지의 이야기이다.

멀리,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인도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지금,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열심히 일을 하라는 교훈적인 내용이지만

작품의 담론 방식은 전혀 고압적이거나 위로부터 아래로 전달하는 명령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다.

4연 전체가 모두 과거의 인도이야기를 하고 있고,

어느 대목에서도 현재의 청자를 상기시키거나 부각시켜 적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3연까지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니 4연에서 마무리를 하면서

우리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내용을 쓸 만도 한데 말이다.

오직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전달자로서의 화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화자의 자세는 앞 장에서 띄어쓰기나 행구분을 통해

독자를 배려하는 모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한편 예광의 작품에는 통사적으로 종결되는 곳에도 마침점이 없고

문법상 쉼표가 필요한 곳에도 쉼표가 없다.

이렇게 구두점이 없는 것도 노래의 구술성을 접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술문화에서는 구두점의 존재가 없고 불필요하다.

구두점은 문자문화가 발달한 사회 속에서 읽기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각문화의 산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전통가사의 구술적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예광 가사의 특징으로서 열린 결어와 구두점의 부재, 그리고 4음 4보격 형식을 살펴보았다.

열린 결어를 통해서는 화자와 청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우리’의 공동체성을 추구한다거나 화자의 겸손한 말하기 방식을 볼 수 있었다.

구두점의 부재와 4음마다의 띄어쓰기를 통해서는 묵독으로 향유하는 현대가사에서도

구술성이 나타나도록 노력한 시도와 독자를 배려하는 자세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현대가사의 지속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고압적인 화법이 아닌 겸손한 화법은 탈권위적인 현대사회에 권장할 만한 말하기 방식이다.

또한 구두점의 부재를 통한 자유로움과 구술문화의 접목은 인쇄문화의 발달로 인해

시각문화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함이 될 것이다.


 

 

Ⅳ. 창작과 향유 상황 및 향유방식:현장성, 즉흥성, 일상성 및 詠․誦․讀․筆寫

여기서는 창작의 현장성과 창작 상황의 기록, 그리고 작품의 향유 방식 등을 다루고자 한다.

Ⅱ장에서 잠깐 살펴보았듯이, 예광은 전철로 이동할 때나 집에서나 언제든지 작품을 짓는다.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볼 때에, 설교현장이나 방송을 접할 때 등 일상생활의 공간속에서

바로 작품을 창작하고 완성한다.

작가가 처한 모든 상황이 작품 창작의 공간이나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또 지은 작품을 현장에서 바로 주변 사람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창작의 즉흥성과 일상성을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가사만이 가진 특성은 아니다.

고전시가를 짓고 향유하는 고전문학 전반의 관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쳐쓰고 다듬는 작업을 반복하는 현대문학과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28)이정옥은 이러한 일상성이 현대 내방가사의 특징이라고 하였는데

29)삶의 모든 현장 속에서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통가사보다 더 일상성이 강화됐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작가인 예광의 작품 창작도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시대의 창작관습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리고 현대 내방가사만의 특징이라고 하기보다 현대가사의 특징으로서

전통가사의 지속적인 측면으로 볼 필요가 있다.

향유방식은 작가의 향유와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향유로 다시 나누어볼 수 있다.

우선 예광의 향유방식을 보도록 하자.

예광의 작품은 출판을 기다리며 서랍속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지은 후에 바로 그 자리에서 향유된다.

즉흥적으로 지은 작품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바로 낭송해주거나 읽을 수 있도록 원고를 돌리는 것이다.

때로는 붓글씨로 옮겨서 다른 이에게 주기도 한다.

이 역시 전통시대의 향유의 현장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예광의 작품을 필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서체를 배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지만 많은 작품 중

자주 필사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는 것은 필사를 통한 향유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전통시대의 향유방식의 지속이라고 하겠다.

한편, 전통가사의 향유방식과 관련해서는 吟詠과 歌唱, 讀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30)‘讀’이라고 하는 것은 작품을 읽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현대적인 독서방식인 黙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1)전통가사의 다양한 향유방식에 비해 예광의 가사의 향유방식은 한정적이다.

낭송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黙讀의 방식에 의해서 향유된다는 점이 전통가사와 다르다.

물론 예광 자신은 4․4조의 찬송가에 얹어 부르기도 하지만

다른 향유자들에 의해 가창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와 관련하여 앞에서 살펴본 4음 4보격이라는 형식적 측면을 다시 상기해보도록 하자.

예광의 현대가사가 주로 묵독으로 향유된다는 것은

현대사회가 문자로 읽는 詩의 시대인 점과 긴밀하다.

예광의 가사는 애초에 문자로 기록되는 창작방식을 거칠 뿐만 아니라

노래부르지 않고 눈으로 읽는 시가 되었다.

또 전통가사와 달리 1음절의 글자수의 차이도 허용하지 않고

엄격한 4음절을 유지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전통가사의 가창성을 부인하는 연구자들은 그 방대한 길이를 논거로 들고 있지만

예광의 가사는 4연이 일반적인 형태로서 그리 길지는 않다.

따라서 노래부르기에는 무리가 없음에도 현대의 향유자들은 예광의 가사를

가창의 방식으로 향유하지 않는다.

우리 시가의 전통적인 율격이 음수율이 아니라 음보율인 것은 노래이기 때문인데,

노래는 박자개념이 중요하고 글자수를 꼼꼼히 세지 않는다.

그러나 예광의 가사는 4보격이라는 음보율과 더불어 엄격한 4음절의 음수율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예광의 현대가사가 지닌 작시와 향유의 묘미가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예광의 현대가사는 가창의 가능성을 가지되

묵독과 낭송, 음영의 방식 및 필사로 향유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32)

다음에 보이는 [그림 2]는 즉석 창작이 이루어진 예광의 노트이다.

고친 흔적이 약간 있을 뿐이고 거의 그대로가 완성작으로서

전통시대 창작의 현장성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부르면서 지은 것이 아니라 문자로 기록하면서 지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창작의 현장성은 현대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어떤 강연을 들을 때, 혹은 기억하고 싶은 모임이나 상황을 기록할 때에

傳言의 방식이라는 가사의 특성을 활용하여 쓸 수도 있다.


[그림 2] 가사 창작 노트

 

 

앞에서 살펴본 작품이나 위의 [그림 2]에서 보이듯이 예광의 작품에는 제목 옆에 항상 언제, 어디에서 지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통가사와 다른 점이다. 구술전통의 창작문화에서는 작품의 창작상황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전시대에 作詩 상황의 기록은 한시에서 볼 수 있다. 한시의 제목에 작시 상황을 옆에 적어두기도 하고 각종 詩話集에서는 한시 창작의 생산현장과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창작 상황에 대한 기록은 기록문화의 특징이 반영된 창작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예광은 가사를 지은 뒤에 [그림 2]와 같이 노트에만 두지 않고 자신이 직접 붓글씨로 가사를 써서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붓글씨로 쓴 가사작품과 더불어 자신이 직접 그림도 함께 그려서 주기도 한다. 다음의 [그림 3]에서 보듯이 시를 畵題로 하여 詩畵의 형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림 3] <어부의 꿈>이라는 제목의 시와 그림33)

 

근대 이후에는 학문과 세부전공을 너무 나누기만 하여 그림과 시와 붓글씨는 각각 다른 영역처럼 전문화, 세분화되었다. 그러나 예광은 고전시대의 향유방식과도 같이 시서화를 함께 통합하여 짓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시와 그림이 만나는 창작 방식, 혹은 시․서․화를 모두 한 사람의 작가가 작품화하는 것은 전통시대의 창작관습이 지속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Ⅴ. 다양한 갈래의 교섭현상

전통시대에는 여러 갈래의 교섭이 많았다. 이를테면 소설에 한시가 들어간다거나 가사가 들어가는 일, 혹은 한시를 시조로 바꾸거나 시조를 한시로 바꾸는 일 등 여러 갈래들이 서로 넘나드는 창작의 경향이 있었다. 물론 현대에도 없지는 않지만 전통시대만큼 적극적이고 활발하지는 않다.

예광의 경우에는 이야기를 가사로 표현한다거나 신문의 칼럼이나 기사를 가사로 바꾸기도 한다. 또 한시를 번역하는 경우에도 가사로 하는데 이는 한시의 가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4자로 된 고사성어도 가사로 바꾸어 해석하기도 한다. 이를 각각 세 절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이야기의 가사화

예광의 가사에는 이야기를 가사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유장하게 긴 역사를 장편의 가사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짧은 이야기를 가사의 형식을 빌어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가사는 소설과의 갈래교섭이 활발했다. 소설적 지향을 보이는 가사, 가사에서 소설로 전환되거나 가사의 전통에서 나온 소설, 가사가 삽입된 소설, 가사체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소설, 가사체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소설 등 그 양상이 다양하다.34)그러나 서인석은 ‘소설의 가사화’는 두 갈래의 성격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설의 가사 수용’이라고 논의한 바 있다. 예광의 경우에는 소설의 가사화는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의 가사화라고는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아래 작품을 보도록 하자.

 

[5] <지혜로운 왕비후보> 2008. 12. 2.

어느나라 임금님께 결혼적령 왕자있어

임금님은 그나라의 왕위계승 왕자비를

전국에다 방을붙여 아름답고 슬기있는

왕비후보 모아놓고 밀한되씩 나눠주며

이것으로 한달동안 살아보라 숙제냈지

처녀들은 밀한되로 살기위해 온갖지혜

동원해도 한달동안 버티기가 어려워서

많은후보 포기하고 자기집에 돌아갔지

그렇지만 슬기로운 한후보의 지혜보소

밀한되로 빵만들어 시장에다 내다팔고

그돈으로 더욱많은 밀을구해 빵만들고

내다팔길 몇번하니 번돈으로 밀을구해

마차에다 싣고오니 임금님이 탄복하고

후계왕비 삼았으니 그얼마나 지혜있나

조용하게 주는것만 받아먹는 그런사람

아니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살라하네


 

작품 [5]는 지혜로움으로 왕비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가사로 바꾼 것이다. 총 4연으로 된 작품으로서 실제 이야기는 4연의 중간까지이고 4연의 마지막 두 행은 화자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3연 1행의 ‘지혜보소’나 4연 2행의 ‘그 얼마나 지혜있나’ 등의 표현은 전달자로서의 화자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야기의 객관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전부는 아니다. 4연의 4행에서 ‘적극적인 방법으로 살라하네’는 간접화법을 통해 교훈과 권유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야기를 가사화하는 경우는 대개가 객관적인 정보나 이야기의 전달로 끝나지 않는다. 강경한 태도나 고압적인 자세로 실천을 명령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화법이나 은근한 권유를 통해 이야기에 빗대어 교훈을 주고자 한 의도가 나타난다. 곧 예광 가사에서의 화자는 전달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전달과정에서 평가와 해석을 통해 교훈을 주려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구술문화의 전통 속에서는 기억해야 할 정보나 역사적 사실을 시로 바꾸어 외우기에 좋게 하거나 긴 서사문의 전달에도 용이한 방편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예광에게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가사화는 기록과 기억을 위한 방편이나 이야기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화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더 비중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자의 메시지는 교훈성을 띠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예광의 가사에서 볼 수 있었다. 곧, 교훈의 전달을 위해 이야기를 가사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광의 가사에서 보이는 ‘이야기의 가사화’의 교훈적 지향은 고전시대에 문학이 가지는 ‘世敎的’ 기능과도 연결된다.35)예광의 가사에서도 이러한 세교적 기능이 ‘이야기의 전달’에서도 보인다는 점은 전통시대에 문학의 효용성과 관련해 중시되었던 세교적 기능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훈성은 가사의 본질적 성격과 매우 밀접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Ⅵ장에서 교훈가사를 다룰 때에 구체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겠다.

2. 한시의 가사화

여기서는 한시를 가사화한 경우를 보도록 하겠다. 일종의 한시 번역이라 할 수 있으나 가사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가사화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한시의 시조화가 일반적이었다면 예광은 한시를 가사화했다. 다음 작품은 김삿갓이라고도 하는 김병연(1807~1863)의 한시를 가사로 바꾼 것이다.


 

[6] <내기 詩>36)

主人呼韻太鐶銅                주인양반 불러주는 운자들이 고리구리

我不以音以鳥態                나야말로 음으로는 하지않고 새김으로

濁酒一盆速速來                막걸리나 한동이를 빨리빨리 가져오게

今番來期尺四蚣                금번에는 한시작품 자네께서 진것이네

[7] <반격>37)

我本天上鳥                        나는본디 하늘위에 살고있는 귀족새로

常留五彩雲                        항상오색 구름속에 자유로이 노닐거늘

今宵風雨惡                        오늘따라 비바람이 매우매우 사나워서

誤落野鳥群                        들새무리 속에잘못 끼어들게 됐나보오


 

[6]은 시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시인과 술 내기를 하며 지은 시이다. 상대방이 운자로 銅, 態, 蚣을 내어서 위와 같이 김병연이 지은 것이다. 이에 대해 예광은 4음 4보격이 되게 하되 김병연 특유의 언어유희도 살리고 한시의 내용도 살려서 번역가사를 지었다. [7]은 김병연이 지나다가 술자리를 만났는데 술을 주면 시를 짓겠다고 하고 그 자리 사람들은 시를 지으면 술을 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먼저 술을 준 이가 김병연을 조롱하는 시를 쓰고 화답하라고 하자 지은 시이다.

두 한시 모두 제목이 별도로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예광이 직접 제목을 달았다. [6]은 7언절구이고 [7]은 5언절구인데 글자수와 상관없이 행마다 4음 4보격으로 했으니 가사의 형식을 갖추려고 한 노력을 볼 수 있다. 그래서 [6]은 한시와 가사의 정보량이 거의 같다면 [7]은 한시에 비해 가사의 정보량이 더 많은 편이다. 일례로 [7]의 1행에서 ‘살고있는’이나 귀족’새라는 수식어를 보자. 만약 7언절구를 1행이 4음 4보격이 되게 했다면  5언절구는 정보량과 관련해서 ‘나는본래 천상새로’라고 4음 2보격이 되게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가사의 4음 4보격을 위해서 원시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말을 추가한 것을 볼 수 있다.

[7]의 2행에서는 ‘자유로이’가 추가되었고 3행에서는 ‘매우매우’, 4행에서는 ‘됐나보오’가 字數를 맞추기 위해 추가되었다. 만약 4보격을 굳이 맞추지 않고 4음만 맞추어서 정보량의 1:1대응만 염두했다면 3행은 ‘항상오색 구름속에 머물거늘’로, 4행은 ‘들새무리 속에잘못 떨어졌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의 맛이나 의미의 깊이, 자연스러운 표현 및 가사의 형식 등을 고려해서 [7]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가사가 된 것이라 하겠다.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한시의 시조화는 시조의 3단구조와 한시의 4단구조라는 형식적 이질성으로 인해 정보량의 취사선택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4행을 1연으로 분련해서 창작하는 예광의 작시관습을 볼 때에 한시의 4행은 가사의 4행과도 맞기 때문에 가사화하기가 더 용이하다. 따라서 정보량의 변화에 있어서 덧붙이는 경우는 있어도 한시의 시조화와 같이 빼거나 함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3. 고사성어의 가사화

예광은 <論語>, <史記>, <三國志> 등에 나오는 고사성어를 가사화하기도 했다.

고사성어의 가사화는 전통시대에 가사가 담당했던 교육적 기능을 재현38)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래 작품은 <삼국지>에 나오는 ‘刮目相對’를 가사화한 경우이다.


 

[8] <刮目相對> 2003. 10.

삼국시대 세나라가 대립하여 전쟁중에

오나라의 손권부하 여몽이란 장수얘기

단순무식 하였지만 계속승전 고속승진

장군된후 손권충고 공부하라 일렀지요

손권권고 실행여몽 몰래몰래 공부하여

뉘게라도 지지않을 알찬실력 쌓던중에

그의친구 노숙장군 여몽찾아 얘기할때

여몽장군 학식출중 깜짝놀라 하는말이

여몽자네 언제그리 공부했나 감탄하며

오나라의 시골구석 그여몽이 아니로세

칭찬하니 여몽장군 대꾸하며 말하기를

선비들은 헤어진지 사흘이면 괄목상대

눈비비고 다시봐야 할정도로 돼야하지

노숙역시 손권부하 같은처지 이었지만

평소노숙 학식으론 일인자요 여몽친구

남이다시 뒤돌아본 그런실력 말함이네


 

고사성어인 만큼 제목은 한자를 노출시켜 ‘刮目相對’라고 하였다.

이 말이 나온 연유가 1~3연에 걸쳐 나오고

4연에서는 괄목상대의 문자적 의미를 적고 종합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 고사성어의 가사화는 고사성어가 나온 배경과

이 말의 뜻을 해설하는 내용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논어> ‘學而’편에 나오는 <遇則勿憚改>, <莊子> ‘秋水’편에 나오는 <管見>,

<史記>에 나오는 <國士無雙> 등 50여 개의 고사성어에 대한 가사를 지었다.

고사성어의 가사화는 앞 절에서 다룬 ‘이야기의 가사화’에 속하기도 한다.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말해준 뒤에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성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앞 절에서 논의한 내용을 고사성어의 가사화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전통가사의 교육적 기능이 현대에도 지속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전통시대에 여성은 물론이고 어린이까지 가사에 교육적 내용을 담아 외우기도 하였는데

현대의 고사성어의 가사화 역시 이렇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VI. 전통가사의 다양한 세계 재현

여기서는 전통가사가 다루었던 다양한 세계가 예광의 현대가사에는 어떻게 지속,

혹은 변화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전통가사의 세계는 실로 다양한데 이러한 가사의 전통적인 특징이 예광의 가사에서도 나타난다.

Ⅳ장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삶의 일상 속에서 어떤 상황에서나 가사를 짓고 즐기는 상황이

전통가사와 같기 때문에 가사에서 다루는 세계 역시 크게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작품 [1]이 기행가사라면 작품 [2][4]는 교훈가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기행가사, 교훈가사, 종교가사, 현실비판가사 등

예광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전통가사의 지속적 측면과

그 안에서 보이는 변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기행가사

기행가사는 전통가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가사의 종류중 하나이다.

예광 역시 국내외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기행가사를 지었다.

특히 ≪당신이 계셔 좋은 세상≫이라는 가사집은 모두 기행가사여서

그의 작품세계에서 기행가사가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가 있다.

기행가사는 작품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한 편의 작품이 길기 때문에,

또 Ⅲ장에서 이미 기행가사인 작품 [1]을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새로운 작품을 하나만 더 보기로 한다.

작품 [1]에서는 날짜를 제목으로 해서 날짜별로 여러 여정이 하나의 작품에 있었다면

다음 작품은 장소명을 제목으로 한 기행가사의 예이다.


 

[9] <(중국) 보봉호수에서> 2003. 9. 4~9. 2139)

보봉호수 깊은물이 푸르러서 참좋아라

깊은물에 마음씻어 올곧은삶 살고파라

산봉우리 호수되어 사십분이 잠시잠깐

병풍바위 둘러있어 호수면이 잔잔하다

땀흘려서 올라간곳 기암절벽 즐비하다

오묘하신 주님섭리 중국에서 다시보네

각가지의 형상마다 무엇에다 비교할까

도란도란 봉우리가 마주보며 노래한다

동양사람 문화정서 비슷비슷 하더구나

호수유람 신명나서 노래하는 중국아씨

하늘에서 호수에서 동시함께 부르는데

내가지목 되었기에 처녀사공 불렀네라

중간중간 길목에서 노래하는 아가씨들

물새노래 산새노래 바꿔가며 노래하니

그대들은 자연함께 종일토록 노래하니

관광객들 황홀경에 잠시동안 빠져드네

(하략)


 

[9]는 17일간의 중국여행기를 쓴 가사의 일부이다. [9]는 모두 8연으로 되어있는데 이와 더불어 <호남성 장가계 외>(총 8연), <중국 장가계(천자산에서)>(총 8연), <중국호남성(황룡동굴)>(총 16연)까지 합하여 총 40연에 이르는 연작 형태의 기행가사이다. 17일간이라는 긴 여행기간으로 인해 작품이 개별화되지 않고 연작형으로 창작되었다. 18․19세기 이후로 기행가사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장편화현상40)이 현대가사인 예광의 기행가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내용을 보자. 1연에서는 보봉호수를 보고 ‘올곧은 삶’을 생각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끝나지 않고 자연이 배움과 성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2연에서는 봉우리가 마주보며 노래한다고 의인화하고 있다. 3연에서는 중국사람과 한국사람의 하나됨과 더불어 자연과 사람의 하나됨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점이 3연 1행의 ‘동양사람 문화정서 비슷비슷 하더구나’와 3행에서 ‘하늘에서 호수에서 동시함께 부르는데’를 통해 잘 나타난다. 4연 역시 3행에서 ‘자연함께 종일토록 노래하니’라고 하여 자연과 사람의 하나됨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렇게 국경의 구분, 사람과 자연의 분리를 초월해 하나됨을 발견하고 주제화하는 것은 Ⅲ장에서 살펴본 바,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정신과도 상통한다. Ⅲ장에서는 열린 결어와 겸양의 화법을 통해 이를 볼 수 있었다면 기행가사인 작품 [9]에서는 내용과 주제를 통해 이러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예광 가사에서 볼 수 있는 바, 대상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더불어 대상과의 거리는 가사의 진술방식의 문제와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정한기는 기행가사의 진술방식을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와 거리에 따라, 또 화자의 성격과 구어체의 개입에 따라 독백형, 독백보고형, 독백변모형, 독백보고변모형으로 나눈 바 있다.41)가사의 진술방식은 작가의 신분과 시대적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독백형은 16․17세기의 현실참여 관인들에게서, 독백보고형은 18세기 현실에서 소외된 작가에게서, 독백변모형은 19세기 상대 사대부 여성작가에게서, 그리고 독백보고변모형은 19세기 신분이 동요되었던 작가에게서 볼 수 있다고 한다.42)이에 따라 작품 [9]나 Ⅲ장에서 살펴본 작품 [1]을 본다면 대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정감 표출 및 修養의 의미 등을 볼 때에 독백형에 해당한다. 전통가사의 가장 이른 시기이자 안정된 시기의 진술방식이 예광의 기행가사에서 나타난다고 하겠다.

한편, 기행가사가 觀遊紀行歌辭, 漂流紀行歌辭, 流配紀行歌辭, 使行紀行歌辭의 네 가지로 나뉜다고 볼 때에43)그러나 현대가사에서는 유배기행가사가 있기는 어렵다. 특히 예광의 작품에서는 나머지 세 가지 중에서도 관광과 유람이 목적인 관유기행가사가만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기행가사의 세계는 오히려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행지의 범위로 치자면 기행가사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와 해외로 크게 나눌 때 예광의 경우에는 국내 기행가사보다는 해외 기행가사가 더 많고, 특히 전통가사에서 중국이나 일본 정도에 머물렀던 여행지가 예광에 이르면 훨씬 더 다양한 나라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가사에서 해외여행을 다룬 기행가사가 주로 사행기행가사였다면 현대가사에서는 해외여행의 경험을 굳이 使行을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2. 교훈가사와 종교가사

교훈성은 넓은 의미이든 좁은 의미이든 교술갈래인 가사의 가장 바탕이 되는 특성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44)또 조선후기에는 교훈성이 가사의 중심적 주제가 되었다고 보는 선행연구도 있듯이45)교훈성은 전통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가사의 갈래적 성격 규명에 아직도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가사의 갈래적 성격이 전통가사와 달라지지 않았다면 현대가사에서도 교훈성이 주된 특성의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훈성은 전통가사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인데 예광의 가사에서도 넓은 의미에서의 교훈가사에서 좁은 의미에서의 교훈가사인 종교가사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앞 절에서도 작품 [2], [4] 등 교훈가사를 살펴본 바 있는데, 교훈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종교가사를 들 수 있다. 교리의 내용을 전할 뿐만 아니라 교훈과 설득을 통해 포교의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래 두 작품은 각각 교훈가사와 종교가사이다.


 

[10] <공자와 노인> 2009. 5. 13.

어느날에 태산유람 공자께서 어떤노인

만났는데 가죽옷과 새끼띠를 졸라매고

거문고를 타며노래 하는노인 만났지요

공자님왈 선생께선 뭐가그리 기쁜가요

여러가지 기쁨중에 하늘에서 만물중에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시었고 태어나면

강보에서 죽는일도 다반산데 나는지금

구십세가 되었으니 그것또한 기쁨이요

가난하게 살아가며 도를닦는 이런일도

저로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며 감사해요

죽음이란 사람에겐 당연한일 아니겠소

제명대로 살다가니 무슨근심 있으리오

자족하는 마음이란 사람에게 중요한것

끝이없는 욕망속에 시달림은 자학행위

많은재물 쌓아두고 만족함을 모른다면

그게바로 고통이요 지옥이며 굴레이라

[11] <불신회장의 임종직전> 2009. 5. 10.

영국에서 불신자중 회장직을 맡았던이

프랜시스 뉴포트경 죽기전의 경고이라

임종식에 찾아왔던 불신자를 향하여서

여러분은 하나님이 안계시다 말을마오

하나님이 살아계셔 영원무궁 계십니다

지옥조차 없다마오 내영혼은 벌써지옥

유황불속 있는듯이 처참하기 그지없소

그렇지만 이제늦어 어쩔수가 없는구려

그러하니 여러분도 나와같이 되지말고

어서빨리 하나님을 찾으시고 만나야만

죽은후에 천국가고 영생복락 누리리니

나와같이 되지말고 천국있음 믿으시오

인간이란 나약한것 죽음문턱 앞에서면

지난행적 떠올리고 그때서야 하늘나라

인정하고 찾는다면 그때에는 늦습니다

성령님을 환영하고 모시는일 잊지마오


 

[10]은 제목에 공자가 있어서 공자에게서 얻는 교훈일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공자도 노인에게서 배우는 청자의 입장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공자도 노인에게서 한 수 배우니 이 작품을 읽는 보통의 사람들은 더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욕망에 시달리지 않고 자족하는 마음이 지옥의 굴레를 벗는 행복임을 말하고 있다. 3연까지는 노인의 말임이 명확한데 4연의 경우는 청자를 향한 청유나 명령이 아니라 평서문으로 끝내고 있어서 노인의 말 같기도 하고 필자의 말 같기도 하게 했다. 교훈을 받거나 듣는 이가 느낄 거부감이 이러한 장치를 통해 최소화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작품 [11]은 프랜시스 뉴포트경이라는 사람의 말을 빌어서 전도를 하고 있다. [10]과 마찬가지로 3연까지는 화자가 프랜시스 뉴포트경이고 4연은 필자의 것이기도 하고 뉴포트경이기도 하게 해서 종교가사이지만 지나치게 거부감이 없게 한 것이 특징이다. 지나친 개인화로 인해 공동체성이 약한 이 시대에 이러한 傳道의 화법은 공동체성을 깨트리지 않는 온건한 방식이 될 것이다.

예광의 작품 중에서 이러한 화법이 잘 드러나는 다음의 작품을 보도록 하자.


 

[12] <살다보면> 2009. 11. 1. 집에서

이세상을 살다보면 외부의힘 의하여서

내자신이 위축되고 마음상처 받게되네

그리하여 슬픔절망 안겨주고 오랜시간

마음속에 깊숙하게 자리잡아 괴롭히네

이런괴롬 물리치는 처방전은 바로사랑

미움원망 밀어내어 속박에서 벗어나야

스스로가 자유얻어 머릿속을 비우면서

용서하고 다독이며 기쁜삶을 살아가네

낙담하고 분노하면 환멸까지 느끼면서

용서화해 그마음은 천리만리 달아나니

마음속의 응어리를 확실하게 버리고서

대화하고 사랑하는 그런마음 지니리라

내가남을 용서하지 아니하고 있다면은

내자신은 미움속의 구렁텅이 갇혀있어

어찌할줄 모르고서 그손해는 모두내것

너그럽게 용서하는 믿는자가 되오리라


 

작품 [12]는 누군가에 의해서 받은 상처로 화자가 괴로울 때 ‘용서’가 자유와 기쁨을 준다는 신념을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교훈가사이면서도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거부감을 덜 느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4연의 4행 종결어미를 보면 ‘되오리라’로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짓고 있다. 타인을 향한 ‘다되거라’의 명령이나 ‘다됩시다’의 청유가 아니고, 또 자신을 포함한 청자를 향한 약한 명령법으로 ‘다되어요’도 아니다. 오직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

이 점은 앞에서 예광 가사에 나타난 열린 結語의 특성에서도 볼 수 있었다. 청자를 향한 고압적이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말하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는데, 교훈가사이면서도 청자를 향해 최대한 겸양의 화법을 취하여 자신에게 말하는 듯이 청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을 볼 수 있다. 다음에서 살펴볼 현실비판가사는 어조가 더욱 고양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예광의 말하기 방식이 지속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3. 세태․현실비판가사

현실비판가사는 조선후기에 뚜렷하게 나타난 유형으로서46)뒷시대로 갈수록 비판의 양상과 비판의 정도가 더 심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현대가사인 예광의 작품에서는 현실비판가사가 드물다. 특히 1만여 연이라는 작품수를 생각해볼 때에 매우 드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가사에서 비판의 방향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상층이 하층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는 경우와 거꾸로 하층이 상층에 대한 비판의식을 표현하는 경우인데 더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가사는 후자의 경우가 많았다. 이때의 하층은 서민뿐만 아니라 몰락한 향촌사족도 포함이 된다.47)위로부터 아래로의 현실비판가사가 失傳의 가능성이 적은데 비해 역으로의 경우에는 너무 직설적인 비판내용으로 인해 실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48)예광의 경우에는 상하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층위로 구분할 수는 없다. 우선 논의를 위해서 다음 작품을 보도록 하자.


 

[13] <시국안정을 위한 글>

나라걱정 하시면서 수고하는 교수님들

우리나라 현실보고 수수방관 하신다면

이런교수 바라보며 젊은이들 뭘배우나

하지만은 시국선언 이방법이 전부일까

우리나라 정치수준 서민들도 익히알고

대학교수 아니라도 나라걱정 일반인데

노대통령 서거따라 현정부를 흔드는일

이게과연 애국인가 사려깊게 행동하세

한나라의 국가원수 귀한생명 잃은것은

국민들의 가슴마다 참담하고 비통해도

가신분은 비리연루 자괴감을 못이겨서

발생했던 상황인데 국가책임 묻다니요

민주선거 방법대로 압승하여 이룬정권

바른나라 세우는일 여건조성 해주는일

여야모두 의무이며 책임완수 해야만이

대한민국 바로가고 안정국가 이루지요

민주화란 미명아래 남북간의 화해차원

많은금품 제공했던 현야당이 여당시절

원칙없던 정책들이 부메랑이 된사실을

지각있는 민주당은 어찌하여 모르는가


 

[13]은 바로 최근의 일에 대한 비판가사라서 조심스럽기는 하나 전통가사의 현실비판정신을 잇되 그 예리함과 정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어서 여기서 소개한다. 작품을 보면 시국을 걱정하는 대학교수들의 반응과 야당의 거동에 대해 시민이자 국민으로서의 입장이 잘 나타난다. 의식있는 지식인으로서 정치현실에 개탄하고 깨어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적합한지, 또 야당의 여당 시절을 떠올리며 여야가 바른 나라를 세우는 공동의 뜻에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예광 가사와의 비교를 위해서 전통 가사 몇 편을 떠올려보도록 하자. 가장 이른 시기의 현실비판가사로서 박인로의 <누항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자신의 처지와 관련해서 비판이나 한탄을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작품이다. 또 18세기말 <갑민가>와 같은 서민가사49)는 이전 시기보다 더 강한 비판의식을 나타낸다고 해도 역시 자신의 처지와 직결된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비해 위에서 본 예광의 작품은 자신의 처지와 직결된 문제에 대한 한탄이나 비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와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가사와 차이가 있다. 또 전통가사의 세계가 대체로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것에 비해 [13]은 지배체제에 우호적인 보수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광의 겸양의 말하기 방식은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우선 1연을 보면 비판의 대상을 향한 일방적인 지적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통해 칭찬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2연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문제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3연에서 ‘묻다니요’라는 존대법을 통해 과격한 표현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4연에서는 비판의 대상인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이 함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역시 균형을 잃지 않고 특정 대상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묻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실비판가사는 역사현실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50)일반적인 형태의 역사자료가 아니라 문학을 통해서도 당대 현실을 드러내고 다음 세대에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 예광의 경우 몇몇의 작품이 600년 뒤에 열게 될 캡슐에도 들어가 있어서 실질적인 역사적 사료로서 그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현실비판가사가 뚜렷한 하나의 양상이라 할 만큼 많은 작품수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비판의 방식이 온건하면서도 특정 대상을 지나치게 나무라지 않는 말하기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통가사와 다른 현대가사의 특징으로 주목될 수 있을 것이다.

4. ‘별곡’, ‘월령가’ 등 전통가사와 같은 제목의 작품

여기서는 전통가사와 작품명이 같거나 조금 변형해서 지은 가사를 보려고 한다. 제목은 작품전체 주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제목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것은 단지 제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통가사의 세계를 내용과 주제의식면에서도 계승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가사의 지속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월령체 가사와 같이 인생을 대상으로 한 <인생월령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통시대의 월령체는 가사보다 더 앞서 고려시대의 <동동>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외에도 규방가사 중 <思親歌>나 작가가 불확실한 <觀燈歌> 등의 가사에서도 보인다. <사친가><관등가>는 제목에는 월령체 노래라는 것이 나와있지 않지만 작품은 1월에서 12월까지 달마다 노래하는 내용이다. 또 경기잡가에도 <월령가>가 있다. 이렇게 월령체노래의 연원과 전통이 깊은데 예광은 이를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 보도록 하자.


 

[14] <인생월령가>

(1) 命

최초의달 사명의달 소망의달 계획의달

한해동안 무엇할까 평생동안 무엇할까

지난세월 되새기며 새출발을 하는일월

새다짐과 각오로써 올한해를 보람있게

(2) 道

바른길을 가는것이 진리의길 생명의길

도를위한 일이라면 한결같은 신념으로

어려움이 오더라도 적극대처 뚫고갈길

뚝심으로 가야할길 이길만이 살길이네

(중략)

(4) 業

내하는일 무엇인가 맡은일에 최선으로

나의직업 감사하고 자아발전 위하여서

쉬임없이 연구노력 땀흘림을 습관처럼

그래야만 현재보다 더좋은일 생기나니

(중략)

(12) 會

인간이란 사회동물 여러가지 만남속에

관계이뤄 살아가니 만남이란 중요한것

세상에서 사는동안 좋은만남 선택하여

더불어서 베풀면서 명랑사회 만들어요


 

<인생월령가>는 모두 12연이나 그중에서 네 연을 보이면 위와 같다.

12연의 제목을 모두 보면

(1) 命 (2) 道 (3) 學 (4) 業 (5) 愛 (6) 淨 (7) 建 (8) 成 (9) 志 (10) 氣 (11) 修 (12) 會로 되어 있다.

제목만 보면 인생의 열두 달을 어떻게 지내야하는지 열두 달의 특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데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12가지의 요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원래 월령체는 달마다 작품이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14]에서는 제목이 월령가이고 작품도 12연으로 되어있지만

1월에서 12월이라는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이 없다.

시간의 흐름은 ‘인생’이라는 말을 써서 제목을 통해 나타나게 하고

내용은 인생에 있어서 변함없이 추구되어야 할 요소 12가지로 되어 있다.

즉 인생이라는 시간성과 추구해야 할 12요소의 항존성이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을 계승하되 새롭게 변용한 것이라 하겠다.

또 이러한 변화는 월령체가 아니더라도 이이의 <고산구곡가>에서 볼 수 있는

연형식의 창작경향을 계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효행가>를 보도록 하겠다.

전통가사에서는 율곡 이이의 <효행가><심청효행가> 등이 있고

울진이나 제주 등의 민요에도 이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예광은 같은 제목으로 10연의 가사를 지었다.

아래에 작품과 더불어 작가가 한글판본체로 <효행가>를 쓴 [그림 4]를 함께 제시한다.

[15] <효행가> 2003. 5.

(1연)

우리부모 나를낳아 기르시고 가르치셔

오늘날에 이르러서 성인되어 내가있네

하늘같고 태산같은 그사랑을 잊지않고

부모님의 그은혜를 효도로써 갚으오리

(3연)

청개구리 개구쟁이 어린시절 나의불효

바로잡아 주시려고 달래시고 어루만져

옳고곧게 자라나서 이나라의 일꾼돼라

쉬임없이 일러주신 정성스런 그고마움

(8연)

유머있는 멋진사람 많은이들 잘따르고

자기잘못 시이하는 정직함을 잊지않고

대의명분 지키도록 유년부터 가르쳐서

정의사회 이룩하는 선봉장이 되게하리

(10연)

학발노인 나의부모 백년향수 하시도록

하늘의뜻 아신후에 태연자약 하옵시고

자녀로서 넉넉하게 최선다해 모시리니

여생동안 편안한삶 건강장수 하옵소서

 

 


[그림 4] 한글판본체로 작가가 직접 쓴

<효행가> 10연 중 8910연51)

 

[15]는 총 10연으로 된 작품인데 여기서는 1연, 3연, 8연, 10연만을 제시한다.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효도로써 갚겠다는 내용(1연)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이 어떻게 길렀는지(3연),

일반적으로 어떻게 자식을 길러야 하는지(8연),

끝으로 10연에서는 이렇게 잘 길러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효행하리라는 다짐과 더불어

부모님에 대한 축복으로 맺고 있다.

자신이 효행하리라는 다짐 외에도 어린시절의 회상이나 바른 자식교육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을 함께 두고 있어서 전통가사의 세계를 더 확장했다고 하겠다.

<효행가>를 교육현장에 접목한다면 어버이날이나,

혹은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부모님을 위해 드리는 가사를 짓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가사의 세계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준다는 점에서

전통가사를 계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 시가사에는 ‘별곡’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작품이 매우 많다.

조선시대 가사인 <관동별곡>, <서호별곡>뿐만 아니라

경기체가의 <한림별곡>이나 <죽계별곡>, 고려시대의 <청산별곡> 등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대개 ‘별곡’이 들어가는 작품은 장소의 이름과 결합하여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광 역시 <한강별곡>, <영산강별곡>, <금강별곡>, <낙동강별곡>,

그리고 <뉴욕별곡> 등을 지었다.

앞의 네 작품은 4대강에 대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것으로서 현실비판가사에 속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비판적 내용을 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별곡’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기서 언급한다.

지금까지 예광의 작품세계에서 전통가사의 세계를 재현한 경우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사실 가사의 세계는 매우 다양하므로

이 몇 가지에 대한 논의로 전통가사의 세계를 다 재현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고에서 자세히는 다루지 않지만 이외에도

景物이나 頌祝, 戀君이나 愛情 등을 다룬 작품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예광은 전통가사를 계승하되 그 안에서 작은 변화를 꾀하여

현재적 갈래로서의 가사가 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전통가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창작세계를 일구어서 주목을 요한다.

이에 대해서는 Ⅶ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Ⅶ. 이름 머릿글 가사의 창안

이름 머릿글 가사는 일명 ‘머릿글시’라고 해서 사람의 이름을 머릿글로 해서 가사를 짓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름 석자를 매연의 첫 음으로 해서 3연의 작품을 지을 수도 있고

부부의 이름 6자를 머릿글로 해서 가사 6행을 짓거나 6연으로 지을 수도 있다.

이제 구체적인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옛사람에 대한 것, 그리고 현대인에 대한 것의 두 경우로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17] <세종대왕>

세종대왕 한글창제 백의민족 특별선물

만들당시 겨레사랑 그마음이 깊고깊어

누구든지 읽기쉽고 쓰기쉽게 만드셔서

오늘날엔 온국민이 즐겨쓰며 감사하네

종교들도 한글없이 선교활동 가능할까

기독교를 비롯하여 모든종교 교세증가

그원인은 한글이요 어느누가 부인하며

우리한글 없었다면 상상조차 어렵지요

대한민국 우리나라 세계속에 위상높여

한류열풍 퍼져감도 한글때문 아니던가

한글씨앗 수출하는 우리민족 되었으니

우리모두 보람긍지 한글에서 찾읍시다

왕으로서 그어짊을 평생동안 지니신분

한글만든 그공로는 자자손손 이어지고

국민중에 문맹자는 거의없는 우리나라

온국민의 자랑거리 한글말고 또있는가

[18] <김연아> 2009. 11.

김연아는 천사로세 얼음위의 예쁜새야

연달아서 빙빙돌며 날렵하게 날아간다

아름다운 대한의딸 산소처럼 싱그러워

[19] <송치호․서지희 신혼가정에게 주는 시> 2009.5.13.

송씨가문 성실청년 인생최고 날이로세

치밀하고 담대하게 모든일을 집행하면

호시절이 평생토록 새가정에 이어지리

서규수가 어른되는 축복의날 오늘이네

지혜로운 아내되어 서로사랑 가훈삼아

희망안고 살아가며 건강다복 하옵소서

 

[17]은 세종대왕의 이름으로 한글창제라는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을 다룬

옛사람에 대한 이름 머릿글 가사이다.

[18]은 누구나 아는 유명인의 이름,

그리고 [19]는 새로 결혼하는 부부이름을 머릿글로 해서 쓴 가사이다.

[17]은 세종대왕의 4음절을 각각 첫 머릿글로 해서 4연의 가사를 지었다.

이름의 한 글자로 4행을 만들었다면 아래의 두 작품인 [18][19]에서는 한 글자로 1행을 만들었다.

1행과 4행의 차이는 커서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내용을 채우기 위해 창작과정에서의 노력도 달라질 것이다.

위에서 본 이름 머릿글 가사처럼

작품을 지을 때에 특정 글자가 정해져있는 경우는 한시에서 볼 수 있다.

한시의 작시 관습에는 상대방이 주는 운자를 압운으로 해서 창작하는 경향이 있다.

한시의 경우에는 행의 말미에 오지만 예광은 한 행이 시작되는 저리에 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한시나 위의 이름 머릿글 가사처럼

글자를 미리 정해놓고 작품을 짓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통가사는 노래로 불리기도 하고 읊기도 하였다.

반면에 한시는 문자로 읽는 詩라는 점에서 우리말로 지어진 ‘노래’와 향유방식이 다르다.

그런데 현대가사는 가창되지 않고 낭독이나 묵독의 방식으로 향유하기 때문에 전통가사보다는

한시의 향유방식과 더 가깝다.

따라서 예광이 4음절 4행이 1연을 이루도록 엄격하게 글자수를 맞출 뿐만 아니라

머릿글자까지 정한 상태에서 가사를 짓는 새로운 가사 창작 경향을 만든 이면에는

가창되지 않고 낭독이나 묵독으로 읽히는 현대의 詩 향유 방식을 고려한 것이다.

전통의 變化속에 持續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작품의 내용과 관련해서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도 그렇지만 고전시대에 문학의 기능중에는 世敎的 기능,

덕목을 기르고 사람됨을 가르치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퇴계 이황은 설만희압의 문학을 배척하기도 했다.

이름 머릿글 가사는 이러한 문학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곧 작품 [17]~[19]는 해당 이름을 가진 이에 대한

칭찬과 찬양, 축복 등의 긍정적인 의미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장점을 먼저 의식하고 칭찬해준다는 점에서

사람됨을 가르치는 기능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름을 머릿글로 한 가사가 아니더라도

고전시대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미덕을 높이 평가하고

칭찬과 찬양의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작시의 경향이 이미 있었다.

다른 이에 대한 찬양의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는 우선 악장문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발화대상이 임금이나 신이기 때문에 시적 화자가 거리가 너무 멀다면

가까운 관계나 비슷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지은 작품들속에서도 이런 전통을 찾을 수 있다.

향가의 <찬기파랑가><모죽지랑가>가 곧 그것이다.

예광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작시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다음의 작품을 보도록 하자.

 

[20] <최병오 후배> 2009. 10. 1.

많은후배 가운데서 인간미가 있는후배

사업성공 만든것이 그의성품 관계있네

선후배를 알아보고 인사성이 많은후배

가끔와서 나의작품 구해가는 후배로세

구로공단 공구상가 좋은터에 점포운영

한일펌프 대리점이 날로융성 하게된건

최사장이 집념함께 컴퓨터를 활용하여

싸이트를 운영하니 그매상이 오른단다

모든사업 성공자들 공통점이 몇가진데

그첫째가 근면이요 두번째는 성실이며

자기분야 연구노력 공부하는 리더로서

부하직원 모범되어 정직하게 해야한다

오늘나와 점심같이 소갈비를 먹으면서

세상사와 인생사가 어찌되어 가는건지

컴퓨터에 대하여도 나의질문 많았었네

그분야에 앎이많아 자주가서 배워볼까


 

작품 [20]은 Ⅲ장에서 작가의 창작 습관과 관련해 [그림 1]의 창작노트에서도 본 것이다.

자신의 후배에 대한 가사로서 후배이름으로 제목을 삼았다.

오래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감있게 ‘오늘’이라 하는 현재의 시간에 만난

대상에 대해 가사를 지은 것이다.

서로에 대한 찬양과 인정보다 자신이 높아지려고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인 요즘에

이러한 내용의 현대가사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친구인 서로에 대해서, 혹은 가족과 여러 인간관계에 대한 위와 같은 내용의 가사는

각박한 현대인의 소외감을 극복하고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의 작품은 가까운 형제에 대한 가사인데,

유명을 달리한 형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보도록 하자.

[21] <셋째원식형님> 2009. 3. 17.

나의셋째 형님께서 소천했다 안산누나

알려왔다 2주전에 전화주셔 어머니의

묘이장을 3월7일 하신다며 알려주신

그목소리 지금에도 나의귀에 생생한데

형제중에 누구보다 효성지극 하시었고

형제간의 우애화목 본보기가 되셨는데

연세칠십 짧은삶을 허탄하고 아쉬워라

한이십년 더사셔서 부귀영화 누리시지

나보다도 다섯살위 우리형님 고등학교

늦은나이 목포고교 나의나이 열네살에

유달중에 입학하여 영어수학 기초공부

양동외숙 닭공장에 자취하며 살았었네

엄격할때 엄격하고 인자할때 인자하여

문학에도 소질출중 유도선수 신체건강

건강만은 걱정없이 그렇게도 생각했지

원식형님 천국에서 다시만날 소망이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4연의 가사이다.

지금 이 곳에 함께 있지 않지만 지나간 추억을 되살리며 살았을 때의 좋은 점을 떠올리고 있다.

일종의 추모시라고 할 수 있는데,

작품의 진행 방식이 향가 <제망매가>를 떠올리게 한다.

4연의 제4행을 보면 <제망매가>의 마지막 행과 비슷하다.

이름 머릿글 가사는 교술적 성격이 약하고 작가의 서정성이 강한 편에 속한다.

가사가 지나친 교술성으로 인해 근대에의 대응에서 실패하고

현대에 소멸위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할 때에

52)향가시대로부터의 서정적 전통을 잇는 이름 머릿글 가사는

현대시와 공존하며 현대가사로서 존재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된다고 하겠다.

 

Ⅷ. 결론

필자는 지금까지 전통가사의 단절을 극복하고

가사가 현재적 갈래로서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일환으로서

현대가사를 왕성하게 창작하고 있는 예광 장성연의 작품을 분석해보았다.

예광의 가사세계를 분석한 결과, 변화보다는 지속의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가사가 현대에 활발하게 계승될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전통을 버리거나 새롭게 많이 바꾸어야 현재적 의의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모습의 대부분이 현재적 갈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식에 있어서는 전통가사의 4음 4보격을 이어받되

엄격한 4음을 유지하고 반면에 4행마다 연을 구분하는 변화를 보인다.

전통가사가 닫힌 結語를 통해 상층의 자기 확인을 추구했다면

예광은 열린 결어를 통해 공동체와의 소통과 겸손한 위치에서의 하나됨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또 표기에 있어서도 전통의 지속과 변화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곧 구두점을 쓰지 않음으로써 구술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띄어쓰기와 연마다의 행갈이를 통해

현대에 묵독으로 향유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의식이 두드러짐을 보았다.

둘째, 창작상황과 향유방식에 있어서는 즉흥성과 현장성 등의 측면에서

전통가사의 관습을 그대로 잇고 있다.

곧 전철이나 집, 신문을 보면서나 설교를 들으면서 등

어떤 상황에서든지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짓고 완성한다.

다만 창작한 날짜와 상황을 기록해두는 점은 전통가사와는 다른 점이다.

향유방식에 있어서는 가창이나 낭송, 음영, 필사 등의 전통가사의 방식과 비교할 때에

가창은 찾아보기 어렵고 낭송이나 음영, 필사와 더불어 묵독이 주된 향유방식이라는 점에서

변화의 측면을 볼 수 있다.

셋째, 이야기나 한시, 고사성어의 가사화한 작품들을 통해서

전통시대의 갈래교섭현상을 볼 수 있다.

한시의 가사화는 김병연의 작품을 대상으로 주로 이루어졌는데

절구는 4행 가사로, 율시는 8행 가사로 행수를 그대로 맞추어 번역했다.

또 한 행의 정보량에 있어서는 5언․7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4음 4보격으로 가사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국지>, <논어>, <사기> 등 고사성어의 가사화나 이야기의 가사화는

전통시대의 교육적 기능을 재현하고 교훈성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전통가사의 지속성을 볼 수 있었다.

넷째, 전통가사의 다양한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곧 기행가사, 교훈가사, 종교가사, 현실비판가사, <인생월령가><효행가>, <뉴욕별곡> 등

제목이 같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교훈가사나 종교가사의 경우, 위로부터 아래로의 설득이나 훈시가 아니라

낮은 자세에서 청자를 향해 겸손히 말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현실비판가사의 경우, 전통가사에서는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와 관련해

상층이 하층을 향해 지적하거나 하층이 상층을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예광의 가사에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현실에 참여한다는 의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변화의 측면을 볼 수 있다.

<인생월령가>의 경우 12연이라는 점에서

전통가사의 맥을 이으면서도 달마다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요소 12가지로 12연을 구성했다는 점이 다르다.

다섯째, 이름 머릿글 가사라는 새로운 창작방식을 고안해서 4음 4보격에 더하여

각 행이나 각 연의 첫 글자가 이름의 글자가 되도록 일종의 운자를 써서 가사를 지었다.

앞에서까지 살펴본 특징은 전통가사를 계승하되 그 속에서 작은 변화를 보인 것이라면

이름 머릿글 가사는 반대로 ‘변화속의 지속’이라 할 수 있다.

외적 형식상의 변화가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전통시대의 미덕이자

이 시대에 부족한 사람간의 유대감과 친밀감,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가사는 활발히 창작되지 않지만 그나마 선행연구에서는 여성작가 위주로,

혹은 지방에서 발견되는 작품들을 위주로 현대가사를 주목해왔다.

그러나 예광 장성연은 남성 작가이면서 서울에 거주할 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만 해도

9200연에 달하는 가사를 지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이에 본고는 창작활동이 왕성한 예광 장성연의 작품세계가

현대가사의 현황과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여겨 논의를 진행했다.

그의 작품세계에 나타난 전통의 지속과 다양한 변화는 가사가 단절되지 않고

현재적 갈래로서도 유의미할 수 있는 소중한 방안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대한 작품을 한편의 소논문에서 모두 다루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많았다.

이로 인해 작품분석이 깊지 못하고 전체를 개괄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현대가사를 왕성하게 창작하고 있는 작가를 학계에 알리고

현대가사의 현황을 밝히는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며

이후 후속연구를 통해 깊은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53)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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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신문 2009년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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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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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예광 장성연의 현대가사에 나타난 전통의 지속과 변화

정 소 연

본고는 현대가사를 왕성하게 창작하고 있는 예광 장성연(1944~현재)의 작품을 대상으로 전통가사의 지속과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분석한 것이다. 현대가사는 여성작가나 지방문학에서 명맥을 유지한다고 선행연구에서 논의되었으나 예광은 서울에 거주하는 남성작가로서 1만여 연에 이르는 가사를 창작한 작가로서 학계에 소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예광의 가사는 현재적 갈래로서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가사의 현재적 계승을 위해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예광의 현대가사에 나타난 전통의 지속과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식과 표기에 있어서 4음절의 엄격한 유지와 4보격, 그리고 4행마다 연을 구분하는 변화를 보인다. 또 열린 結語를 통해 공동체와의 소통과 겸손한 위치에서의 하나됨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둘째, 창작의 현장성과 즉흥성에서 전통가사를 이르면서도 낭독․필사와 더불어 묵독 위주로 향유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셋째, 이야기나 한시, 고사성어의 가사화를 통해 전통시대의 갈래교섭현상을 볼 수 있다. 가사의 교육적 기능 및 교훈성 전달이라는 전통가사의 기능을 잇고 있는 것이다. 넷째, 기행가사, 교훈가사, 종교가사, 현실비판가사, <인생월령가><효행가>, <뉴욕별곡> 등 전통가사의 다양한 세계를 재현하되 낮은 자세에서 청자를 향해 겸손히 말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다섯째, ‘변화속의 지속’으로서 이름 머릿글 가사라는 새로운 창작방식을 고안하였다. 이러한 창작세계는 전통시대의 미덕이자 이 시대에 부족한 사람간의 유대감과 친밀감,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 핵심어:현대 가사, 예광 장성연, 분련체, 열린 결어, 겸양의 화법, 공동체 의식, 갈래교섭, 이름 머릿글 가사

<ABSTRACT>

The Succession and Change of Traditional Ga-Sa

in the Modern Ga-Sa of YeKwang Jang Sung-yeon

Chung, So-yeon

This study aims to find ways to be continual presence of Ga-sa genre today. To find the ways, I studied YeKwang Jang Sung-yeon(1944~present)’s Modern Ga-Sa works. According to previous study, Modern Ga-Sa is created by women writers or at provinces. But YeKwang Jang Sung-yeon as a man writer lives in Seoul and created numerous works. He has composed ten thousands of works, so we can find the succession and change of traditional Ga-Sa from his works. The summary is as follows.

First, YeKwang succeeded the formality of 4 letters and 4 metres, but he divided with several stanza. And unlike traditional Ga-Sa, he opened the closing remarks to pursue communication with others in speech of modesty. Second, in the ways of creation and enjoyment, he succeeded improvisation of traditional Ga-Sa. Third, we can find translation of several kinds of genres like traditional Ga-Sa works. Fourth, YeKwang represent diversity of traditional Ga-Sa sings travel, didactic contents, religion, criticism, etc. Fifth, YeKwang created new world of Modern Ga-Sa, namely, Name Ga-Sa that starts with the someone’s initial.

▪ Key words:modern Ga-Sa, YeKwang Jang Sung-yeon, division of stanza, open ending, speech of modesty, community spirit, translation of genre, Name Ga-Sa starts with initial


이하생략.  파일참고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霓苑(예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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