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서예는 영혼의 울림(운파 안홍표님의 서예세계)

함백산방 2010. 12. 28. 20:24

 

                            

                 서예는 영혼의 울림

                                                - 운파 안홍표님의 서예세계 -

 


 예서의 조형변화와 고매원 먹향의 은은함에 빠져 30년 동안 벼루를 가까이 하고 있는 서예가 무루헌주인 운파 안홍표선생. 그는 경북 김천고등학교 한문교사로 재직하면서 시간을 쪼개 지필묵을 가까이 한 결과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로 등단하였고,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 서예를 전공할 정도로 서예에 대한 열정이 깊은 작가이다. 2010년 7월 하순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와 찾잔을 마주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서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편집자 주 : 질문 정태수(정), 답변 안홍표(안)]


정. 서예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였습니까?

안. 1980년 청주대학교 사대 한문교육학과에 입학하였는데 과목 가운데 서예수업이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입문하였습니다. 수업을 받으면서 서예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호기심은 점점 흥미로 바뀌었고 그래서 ‘서도연구회’라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재학시절 부지런히 먹을 갈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학교를 마친 이후에도 지금까지 붓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정. 30년 동안 서예를 하면서 맺은 사승관계나 기억에 남는 지도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 1987년 김천고등학교에 부임하면서 한문선생으로서 더욱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학창시절부터 연마해 온 서예를 선택하였고, 당시 김천에서 활동 중이던 서예가 심연 노중석 선생님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뒤 원광대 교육대학원에 다닐 때 잠시 만났던 밀물 최민렬 선생님과, 효봉 여태명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강한 자극을 받았으며, 그 때 공부의 방향과 창작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이렇게 지속적으로 서예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풍과 관계가 있습니까?  그 동안 서예학습을 해 온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안. 어릴 때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계셨기 때문에 필체가 좋으셨고, 학교 다닐 때 운동선수 생활을 하느라 글씨가 엉망이라고 많이 혼나면서 글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경필인 펜글씨 연습을 많이 하면서 모필인 서예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예공부를 하면서 박학(博學)보다는 정밀함을 좋아하여 하나에 몰입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근례비>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면서 안진경의 글씨를 많이 임서하였고, 그런 까닭으로 안진경의 <고신첩>, <쟁좌위> 등등의 법첩을 좋아합니다. 서체별로는 해서, 전서, 예서, 행초서 순서대로 한문서체를 공부하였습니다. 한문서체를 익힌 뒤 한글과 전각도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 최근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법첩이나 좋아하는 작가, 표현기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요즘은 행초서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행초서는 표현을 함에 있어 얽매이지 않고 조형성을 살려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법첩은 하소기첩과 황산곡첩을 곁에 두고 익혀나갑니다. 뛰어난 장법과 변화있는 필획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국내작가로는 학정 이돈흥 선생의 활달한 표현에 동감을 하고 있고, 개성적인 한글을 구사하는 밀물 최민렬 선생의 자유분방함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의 작품을 보면, 필획이 맑고 유연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보입니다. 저도 이 분들의 작품을 참고하고 중국법첩을 부지런히 공부해서 앞으로는 지금보다 자유분방한 장법을 구사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서체는 예서체인데 그 이유는 붓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형의 변화도 풍부하고 필획의 아름다움과 역동성도 잘 살려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이번 작품전에 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주제는 무엇으로 설정하였고, 전시의 성격이나 보여주고자 한 표현기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주제는 흔적입니다. 그 이유는 30년 동안 공부해 온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갈 길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 ‘흔적’이라고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전시의 의미는 그룹전이나 단체전에서 몇 점 이내의 작품을 출품했지만 저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동안 연마해 온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는 성격이 큽니다. 또한 전시작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한 표현기법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예술의 근본에 핍진하게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기교나 표현기법보다 내용과 서체가 조화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정. 이번 전시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선생님의 작품에서 추구해 나갈 방향이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싶은 영역은 어떤 분야입니까? 

안.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한 자리에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방정하고 맑게 표현하고자 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음 전시에서는 기존의 장법을 깨고, 자유분방한 장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행초서를 통한 자유분방한 장법의 구사와 예서를 통해 조형성과 여백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문방사보 가운데 먹에 대해 좀 더 연구해서 더욱 자연스런 묵법을 구사하고 싶습니다.



정. 평소 서예 외에 즐기는 것이 있습니까? 서예가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서예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안. 서외구서(書外求書)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서예술의 밖에서 서예를 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실내에서 휘호하는 것 못지않게 여행을 통해 선조들이 남긴 서예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가가 있으면 자주 고적답사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인 서예가의 길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고독하게 뛰는 것과 서예가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부단한 연습으로 자기체험을 해 나가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 깨우쳐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어렵군요. 저에게 서예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서예는 영혼의 울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서예를 통해 가식적인 삶, 욕심, 영욕에서 벗어나 맑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선변(善變)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대담 및 정리 :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서예세상 지기)

 

 

 

 

 

무루헌 주인 운파 안홍표님

 

 

흔적

 

 

길상운집

 

 

동심

 

 

들꽃

 

 

사랑

 

 

일심무애

 

 

 

재세출세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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