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소설가 조정래

함백산방 2010. 10. 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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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산실, 보물창고, 영혼의 감옥

작가한테 서재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첫 번째는 제 작품의 산실이지요. 모든 작품을 서재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서재는 독서를 하는 장소인데, 세계의 유명하다는 작가들, 그리고 내가 필요한 책들이 보관된 지식인들의 영혼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내 작가의 삶을 구속하는 영혼의 감옥이기도 하고, 영혼의 재창조의 장소이기도 하고… 그런 것이 제 서재의 여러 가지 의미입니다.

현재의 서재와 내가 소망하는 서재

저는 지금 작가생활 40년이 됐는데, 그 동안에 한번도 마음에 드는 서재를 가져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아파트에서 살다가 빌라로 옮긴 지 10년 됐는데, 아파트든 빌라라는 것이든 전부 기성품이잖아요. 인스턴트, 한 사람이 설계해 가지고 만들어 놓은, 그러니까 생활인들에게는 편리하지만, 작가에게는 아주 불편한 장소예요. 그래서 저는 서재가 마음에 안 드는 채로 작가생활을 했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새로 집을 지어져 한 20평에서 30평짜리 넓은 서재를 두고, 구석구석마다 책상을 갖다 놓고, 남쪽으로는 강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산이 보이는 그런 풍광이 아름다운 내 서재를 갖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갖고 있는 책의 구성은) 대개의 작가가 그렇겠지만, 특히 저 같은 경우는 문학책이 80%, 그 다음에 나머지 15% 정도가 역사, 사회학 서적, 나머지 5%가 철학 내지는 미술, 음악 관계의 서적들, 그리고 위인전 이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개 문학책 위주이기 때문에 소설, 시, 그리고 역사책 그 세가지로 분류를 하고 있지요.

부인 김초혜 시인과의 서재 이용방법

(김초혜 시인과 내 서재는) 절대로 합해질 수가 없는 것이, 시와 소설이 다르고, 김초혜 선생과 내가 결혼할 때 약속한 게 있어요. 우리는 서로의 문학세계를 존중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그 원칙을 지금까지 지켜왔어요. 결혼 44년 동안. 그래서 서재도 각기 완전 독립하고 필요한 자료들만 있으면 가서 빌려다보고 다시 제자리에 꽂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습니다. 앞으로도 지켜갈거고요.

내 작품 속 잊을 수 없는 인물들

애착이 가는 인물들을 굳이 꼽자면 <태백산맥>에서 하대치와 외서댁. 그리고 <아리랑>에서 공허스님과 필녀. 그리고 <한강>에서 유일표와 강숙자예요. 지금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전부 남녀가 균등하게 한명씩이예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첫 번째가 그들이 가장 개성적인, 살아있는 인물들이고, 두 번째로는 주제를 가장 잘 실어서 독자들에서 전달해주는 중개인들이고, 세 번째가 그들의 개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 가지 이유가 그 인물들을 특히 사랑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사회의식과 문학성이 조화된 작품 선호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 같은 사람들은 제가 문학청년 시절부터 존경해 왔고, 그런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 이유는 사회의식과 문학성을 가장 조화롭게 잘 승화시킨 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그런 인물들, 그 소설의 인물들이 좋고. 그리고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 소망인데, 그 인간다움을 가장 잘 승화시켜 놓은 작품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최근에 읽은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 먼 자들의 도시> 그런 작품들도,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고 얼마나 사악하고 잔인하고 더러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어서,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문학과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

역사라고 하는 것을 사람들은 어렵게, 또는 거리가 멀게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역사는 우리 인간의 삶 자체, 우리의 삶도 현재일 때 우리의 삶이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역사가 되는 거지요. 다만 역사라는 것은 큰 사건, 기록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만 골라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그러므로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에 대한 책임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고, 과거를 모르면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미래의 삶조차도 전혀 전망을 못하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을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숙명적으로, 운명적으로, 좁은 땅덩어리에서 끝없이 핍박 받고 침략 받으면서 고통스럽고 괴로움 속에 살아온 우리민족 같은 경우엔 역사를 모르면 또 그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를 알아야 된다는 거고,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문학과 역사는 불가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어요. 그래서 우리 민족이 서러움과 고통과 괴로움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야 된다, 우리의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가져야 된다는 뜻으로 저는 우리의 근현대사 100년을 굳이 대하소설 32권으로 썼던 것이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하는 말을 들을 때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무언가 성취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정독 중의 정독, 필사

우리 흔한 말이 그런 게 있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마찬가지로 저 당나라 시대부터 백 번 읽는 것보다 한번 옮겨 베끼는 필사가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에요.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거든. 그래서 우리 아들, 며느리에게 니 애비가 어떤 고통 속에서 이 글을 썼는가를 알아라, 그래야 내 새끼로서의 자격이 있다. 그런 뜻으로 필사를 시킨 것이고, 독자들도 필사를 하게 되면 태백산맥 문학관에 놔줄 수 있냐고 최근에도 확인이 왔어요. 그래서 필사를 정말 다 하시면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러나 정말 필사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들과 우리 며느리는 자식, 며느리의 의무 때문에 억지로 마지못해서 하는 부분이 있어요. 알아요. 그러나 서른 두 권을 쓴 사람에 비하면 필사는 훨씬 쉬운 일이니까 정말 쓰는 독자가 있을 수 있겠죠. 쓰시면 반드시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 명확하게 박아서.

영혼의 배고픔을 채우는 독서

사회적 고민을 가진 책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의 영혼의 작업이 응축, 줄여서 모아진 액기스예요. 그런데 그것들이 수 없이 많이 나오는 것 중에 또 고르고 골라놓은 것들을 명저, 명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내 영혼이 깨어있기를 바라고, 내가 사물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내가 사람으로서 품격을 지닌 지식적 교양인이고 싶어 한다면은, 책을 읽지 아니하고 어찌 하겠는가. 그 다음, 밥 먹을 때, 고통스럽게 먹는가? 항상 즐거움으로 먹는다. 정신의 배고픔도 또한 느낄 줄 아는 자에게는 독서가 왜 필요하냐고 말하지 아니할 것이다. 배가 고파서 밥을 맛있게 먹듯이 영혼의 배고픔을 항상 느끼는 자는 책을 맛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선택을 못하는 자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말라. 그 선택을 잘하는 자에게 왜 너는 책을 읽느냐고 묻지 말라.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책

  •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 최종철 | 민음사
    <책소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 섬세하고 결백한 성격의 소유자 햄릿은 어느 날 존경하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숙부와 재혼함으로써 큰 충격을 받고 인생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이 동생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햄릿은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비범한 상상력, 고도로 발달된 지성, 지나치게 섬세한 양심과 우울증 증 여러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햄릿은 복수를 결행하지 못하는데... 사랑과 원망 살인과 원한으로 찌든 비극의 명작.
    햄릿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 강우영 | 청목사
    <책소개> 이 책은 스페인에서 72시간 동안의 일을 그린 것으로, 로버트 조던이 파시스트 반란군의 후방에 잠입하여 들어가, 농민 빨치산의 협력을 얻어 교량을 폭파하려 하나 파블로의 방해 때문에 위험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한다. 전쟁에 대한 깊은 회의, 진취적이고 강인한 삶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안정효 | 문학사상사
    <책소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대표 장편소설. 마을에서 도시로 팽창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마콘도를 무대로 한 집안의 백년에 걸친 역사와, 기이한 자녀를 에워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설로 엮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복합적인 인종, 문화, 역사적 전통과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라틴아메리카의 특수한 사회구조를 환상적으로 직조해내고 있다.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원조격인 소설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
  •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 방정애 | 혜원출판사
    <책소개> 인간의 죄와 양심을 통해 19세기 중반의 사회상과 고귀한 휴머니즘을 탐구한 프랑스 작가의 대표작.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석방된 장발쟝. 그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그를 추적하는 쟈베르 경감 등을 통해 인간의 근본 존재를 추구했다.
    레 미제라블
  • 동물농장
    조지 오웰 | 김병익 | 문예출판사
    <책소개> 존스 농장의 동물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혁명을 일으켜 인간들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면서 일어난 이야기. 문학적으로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것으로, 정치풍자소설로는 걸리버여행기 이후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고 손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그들의 혁명은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느 사이에 돼지들만이 특권을 누리게 된다.
    작가 조지오웰은 계급 의식과 성실의 대립을 풍자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이 소설을 통해 제시했다. 또한 일찍이 스탈리니즘의 본질을 간파하고 거기서 다시 현대 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는 전체주의 풍토를 작품에 정착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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