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국악인 황병기

함백산방 2010. 11. 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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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곳이 아니어도 나에겐 서재

서재는 즐겁게 공부하고, 생각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저는 공자의 말을 좋아하는데, 공자의 <논어>를 보면 ‘배우고, 그 배운 바를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시작을 하죠. 그리고 ‘멀리서 친구가 찾아와서 얘기하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 다음 ‘남이 나를 몰라줘도 내가 노여워하지 아니하면 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그 세 개의 문장으로 시작을 하는데요. 제가 칠십 평생을 살아보면 인생의 행복, 즐거움이라는 것이 배우고 친구 만나는 것, 그거 이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진짜 책 읽는 공간인 서재가 있고, 그 옆에는 친구하고 만나서 얘기하는 공간이 붙어있어요. 그리고 내가 가야금을 전공하는 사람이니까 그 옆에는 가야금 연습만 하는 공간도 붙어 있고…… 그것을 전부 합해서 서재라고 할 수 있지요. 넓게 해석하면 여기 국립극장도 그런 의미에서 서재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어요.

새로운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

제가 어렸을 때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때인데, 그것이 1940년대예요. 참 오래된 얘기인데. 그때는 책이 정말 없었어요. 책방에 가면 전부 내가 읽은 책이에요. 그러면 언제 새로운 책이 나오나 기다리게 됐었는데...... 저 뿐만이 아니라 그 당시 친구들이 가장 흥미 있게 읽던 책은 홍명희의 <임꺽정>이예요. 전체가 10권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 읽은 것은 6권까지 입니다. 그리고서 6.25 전쟁이 나버렸죠. 그리고서 언제 또 다음 권이 나오나, 늘 책방에 가서 기다리던 그런 생각이 나요.

다양한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곡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곡은 많이 있지요. 제 첫 번째 곡이 서정주씨가 쓴 “국화 옆에서”거든요. 가곡으로 썼고. 또 그 후에 서정주씨가 쓴 “추천사”라고 하는 시가 있어요. 그것도 제가 가곡으로 썼고. 황동규씨의 “즐거운 편지” 그것도 제가 가곡으로 썼고. 그 후에 또 저희 집사람의 친구이면서 시인인 박경선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쓴 ‘차에 관한 노래’ 두 가지를 합쳐가지고 “차향이제”라는 곡도 썼고. 또.. 정철의 “성산별곡”이라는 가사에서 영감을 받아서 거문고하고 대금하고 이중주로 하는 “산운”, 산의 운치라는 소리겠죠, “산운”이라는 곡도 쓰고……

세대와 음악적 장르가 다른 첼리스트 장한나와의 인연

둘이 똑같이 악기는 다르지만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고 볼 수가 있고. 또 저하고 장한나하고 공통되는 것 중에 하나는 둘 다 음악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죠. 장한나는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지망했었거든요. 장한나를 처음에 만나보니까, 지금부터 한 10년 전쯤 되는데……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제 음악을 아주 좋아하고 제 음악을 CD로 전부 들었더라고요. 장한나가 한국에 와서 연주할 때는 꼭 제가 가서 구경을 하고, 또 제가 미국에서 특히 뉴욕에서 공연을 할 때는 장한나가 꼭 구경을 오고. 뭔가 신뢰감이 가고, 또 제 나름대로는 그 사람의 장래가 상당히 기대가 되고…… 그래서 서로 세대차이가 있지만 우정을 유지하고 있지요.

현대와 미래에 닿는 것이어야 전통

제가 1962년부터 작곡을 시작했거든요. 제 음악은 국악이면서 동시에 현대음악이에요. 즉 현대인이, 현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 음반에 대해서 미국에서 평 나온 것도 보면, 미국에서 나온 평인데도 “하이스피드 시대에 현대인의 정신을 해독시켜주는 주는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래서 저는 옛날 것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시대에서도 그것이 다시 창조되지 않으면, 전통이라기보다는 골동품이라고 생각을 해요. 전통이라는 것은 계속 ‘통’을 전해 내려가는 거죠. 그래서 반드시 현대, 혹은 미래에 닿는 것이라야 전통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내 인생의 책

  • 논어
    장기근 | 장기근 | 명문당
    제가 요즘 새삼스럽게 다시 읽는 책이 <논어>입니다. 논어인데. 저는 사실 성인들 말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공자 말씀이에요. 왜냐하면 공자 말씀은 굉장히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아주 쉬워요. 논어라고 그러면 딱딱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굉장히 쉬워요. “배우고 그 배운 바를 '열심히'가 아니라,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라고 나왔는데. 다른 즐거운 것도 있겠지만, 이것도 즐겁지 않냐 라고 됐을 뿐만 아니라, 문장이 상대방한테 물어보는 스타일을 취했어요. 배우고, 배운 바를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 그랬지, 단정적으로 즐겁다라고도 안 했고, 또 '열심히'라는 말 대신에 '때때로'라고 했고. 굉장히 알기 쉬우면서도 민주적이에요. 이것은 번역된 논어이고요.
    논어
  • 논어집주
    김동구 | 명문당
    이것은 조선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던 <논어집주>라고 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둘을 대조해 가면서 읽으면 아주 재미있고, 사실은 이것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번역한 논어, 심지어 영어로 번역된 논어도 있어요. 대조해 가면서 꼼꼼히 읽어보면 좋은데, 읽다가 옛날얘기고, 그 시대 불필요한 얘기라고 하면 그건 안 읽어도 돼요. 오늘 우리한테 꼭 필요한, 또 쉽게 다가오는 그런 것만 읽으면 되는 것이죠.
    논어집주
  • 채근담
    황병국 | 황병국 | 혜원출판사
    이것도 예전에 읽은 책인데, 채근담이에요. <채근담>에 나오는 말 중에서 제일 멋있는 것은 “바람이 대나무 밭에 불어오는데,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나무 밭은 소리를 남겨놓지 않는다, 다시 고요해진다.” 또 “찬 연못에 기러기가 지나가면, 그 그림자를 그대로 비추지만,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림자를 남겨놓지 않는다.” 따라서 군자도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 마음도 따라서 비어야 된다. 마음을 비운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말이 제가 처음 읽은 것이 대학교 때인데, 그 때 이 채근담이라는 그 말을 듣고서, 그때는 너무 충격적이었죠. 왜냐하면 그때까지 제가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보면, 사람은 뭐든지 한가지 붙들고 늘어지면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된다는데, 이거는 놓아버려라, 마음을 비워버려라 라고 하니까요.
    채근담
  • 채근담
    홍자성 | 조지훈 | 현암사
    채근담도 여러 가지 번역이 있는데, 앞에 것은 황병국씨가 번역한 것이고, 이건 유명한 시인 조지훈씨가 멋있는 시 같은 문장으로 번역한 건데요. 저는 이렇게 두 권을 대조해서 봅니다.


    채근담
  • 차이의 존중
    조너선 색스 | 임재서 | 말글빛냄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한가지 또 들고나온 것은 조너선 색스라는 유태인 랍비가 쓴 책인데요. <차이의 존중>이라고 하는 책입니다. 지금 21세기 오늘날 가장 문제되는 것이, 서로 어떤 의견이라든가, 사상이라든가, 세계관, 종교관의 차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문제가 많지요. 그러나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차이는 존중되어야 된다는 이유를 써놓은 책입니다. 유태교의 랍비라고 하면 우리가 볼 적에, 뭔지 모르지만 상당히 편협 되었다고 할까, 자기만 고집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간 차이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그런 책입니다. 음악에 있어서도 서양음악하고 동양음악 내지는 한국음악은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그 차이가 반드시 존중되어야 된다, 차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누구나 받아들여야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한번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이의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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