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일봉 남광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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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방 2013. 6. 30. 16:03

 

 

 

 

 

일봉 남광진님의 작품세계

 

 

 

 

 

 

 

 

 

 

 

 

 

 

 

 

 

 

 

 

전시평문

 

 

 

금문金文과 갑골문甲骨文으로 발현된 호중천壺中天의 미학

 

-일봉 남광진작가의 작품세계-

 

정태수(월간 서예문화 편집주간)

 

 

 

 

1. 30여 년 붓과 먹이 좋아 서예가의 길을 걸어 온 일봉 남광진 작가. 그는 조부께서 서당을 하는 집안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한문과 먹향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80년대 중반 즈음, 군대생활을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붓을 잡고 서예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문을 읽어가면서 해서인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을 집중적으로 임서해 나갔다. 그 뒤 소전(小篆)에 매달려 중봉(中鋒)과 대칭(對稱)을 익혔고, 심연 노중석 선생의 문하에서 공부하면서 전반적인 서학체계를 세우게 되었다. 최근에는 현봉 최수일 선생에게서 현대서각을 공부하면서 문자의 표정을 다듬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는 여러 서체 가운데 상형성(象形性)과 원시적인 질박함이 남아있는 전서(篆書)를 좋아하고, 전서 가운데 갑골문과 금문을 더욱 즐겨 휘호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간 날 때마다 전시장이나 골동품을 완상하러 다니는 그의 상고(尙古)취미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간혹 인사동에 들리거나 서점을 찾을 기회가 있을 때 개인의 임의성이 많이 들어간 행초서보다 전서에 관한 사전류나 책자가 보이면 무조건 구입해서 임서하곤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인위성이 적은 고대문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현대인이 읽기 어려운 행초서보다 원시성과 상형성이 남아있는 그림 같은 고대문자를 한결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서는 상형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서예의 대중성을 도모하고, 동시의 작가의 입장에서 현대적인 조형미감을 살려낼 수 있는 장점이 많기에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연찬해 왔다.

 

우리는 이번에 펼쳐진 작가의 작품에서 청동기에 남아있는 금문, 짐승의 뼈와 거북의 등딱지에 새겨진 갈골문에서 추출된 문자의 멋을 살펴볼 수 있고, 30년 필력으로 빚어낸 작가의 조형미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현대인의 미감을 고려한 현대서각작품도 만나게 된다. 이런 세 방면을 염두에 두고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꾸밈없이 솔직담백한 그의 성정만큼이나 진솔한 작품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2. 주지하듯이 빈번하게 열리는 국내 서예전시에서는 비슷비슷한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왜 그럴까. 이는 공모전의 영향으로 무슨 서체든 몇 가지 법첩으로 고정되어 공부하는 패턴이 비슷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유사한 범주 안에서 공부해 왔기 때문에 대동소이한 서풍이 들불처럼 번져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조형세계를 가꿔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 동안 꿈꾸면서 즐겨왔던 호중천(壺中天)의 조형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호중천은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항아리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에게 있어 호중천은 보기 좋은 경치가 아닌 퍼내도 끝이 없는 무진장한 서예세계를 펼치는 공간이다. ‘함백산방’이란 먹향 가득한 서실이 바로 그 곳이다. 문인화가이자 부인인 효천 이귀남여사와 더불어 지난 30여 년 동안 그 곳에서 내공을 쌓아왔다.

 

그리하여 이번 작품전의 주제도 ‘호중천’으로 내걸었다. 그의 호중천에는 꿈과 현실적인 삶이 용해되어 있고, 갑골과 금문이 중심이 된 조형세계도 응축되어 있다. 이제 그의 작품을 통해 호충천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3. 이번 작품전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전서에 대한 작가의 안목과 문자를 다루는 그의 조형미감이다. 작가는 금문과 갑골을 행초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공부해 왔고, 그렇게 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갑골을 행초처럼 쓰는 작가도 있다.

 

발표한 작품 <호중천>을 보면, 큰 그릇에 사람이 반쯤은 안에 있고 절반은 밖에 있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 작품으로 투영시키려는 작가의 생각이 엿보이고, 그것을 전서로 바꿔놓은 조형미감이 살펴진다. 여기에서 병 모양을 상징하는 호(壺)자(字)는 심(心)자(字)와 비슷해 보인다. 곧 작가의 마음에 하늘을 넣듯이 문자를 통해 하늘을 품어보려는 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내용을 서각작품으로 꾸민 것도 이채롭다. 뜯어낸 듯한 바탕처리와, 오랜 세월이 묵은 청동기물이 연상되는 색감도 예사롭지 않다.

 

대련으로 쓴 작품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보면, 전서에서 행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갑골과 금문을 행서처럼 자유분방하게 서사하려는 그의 조형의지를 감지할 수 있다. 곧, 갇혀있는 고정적인 형태미보다 동세가 있으면서 열려있는 개방적인 글자의 형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이 살펴진다.

 

서각작품인 <시우(時雨)>를 보면, 현대적인 미감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조형시각을 느낄 수 있다. 네 쪽으로 된 나무에 하늘색과 녹색을 칠하고 글자는 검은색으로 대비를 주었다. 바탕무늬는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연상되듯이 나뭇결을 잘 살려내고 있다. 적절한 인공과 자연재료가 지닌 맛을 융합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한글작품인 <정선아리랑>을 보면, 가로쓰기와 세로쓰기가 뒤섞여 있고, 문자의 대소강약, 먹의 농담(濃淡)·윤갈(潤渴)이 착종(錯綜)되어 있다. 검은 구름이 뒤섞여 한바탕 비를 내리려고 하는데 뱃사공은 어딜 갔을까. 아리랑 노랫가락과 어울리게 휘몰아치는 필세로 거침없이 휘호하고 여백과 기존의 장법을 무시한 포치로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작가의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작품형태가 아니다. 그 동안 호중천의 미학을 추구해 온 작가 나름의 예술철학이 녹아있는 형태미를 보여주고 있다.

 

 

4. 작가는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공직에 있으면서 시간이 없을 텐데 왠만한 전시장엔 불원천리하고 찾아가서 안목 높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는 서예를 좋아하고 즐기려는 그의 좌우명이 있다. 그것은 일찍이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구절이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작가는 다시 변신하려고 한다. 문자학을 깊이 연구한 뒤 현대인이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각과 서각을 다듬어 문자를 새긴 작품으로만 독립된 전시를 준비하려고 한다. 진정으로 즐기다보면, 멀지 않은 장래에 그가 소망하는 꿈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 작가의 예도에 행운이 있길 기원한다.

 

 

2013년 6월

 

녹음이 보이는 삼도헌에서

 

 

 

 

 

 

 

 

 

 

 

작품감상

 

 

 

 

 

 

 

 

 

 

 

 

 

 

 

 

 

 

 

 

 

 

 

 

 

 

 

 

 

 

 

 

 

 

 

 

 

 

 

 

 

 

 

 

 

 

 

 

 

 

 

 

 

 

 

 

 

 

 

 

 

 

 

 

 

 

 

 

 

 

 

 

 

 

 

 

 

 

 

 

 

 

 

 

 

 

 

 

 

 

 

 

 

 

프로필

 

 

 

 

 

 

 

 

 

 남광진(南光鎭)

 

 

 

아호 :  일봉(逸峯), 함백(咸白)

당호 :  함백산방(咸白山房), 서연유거(書硏幽居)

 

 

 

경상남도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모악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7회

경상남도서예대전 심사위원 역임

경상남도학생서예대전 심사위원 역임

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전 (1998~ )

지방행정공무원 미술전 우수상 (1999)

초심묵연회전 (2004~2008)

공무원 미술대전 동상 (2004)

APEC 정상회담기념 한중교류전 (2005)

모악서예대전 초대작가전 (2007~2010)

경상남도서예대전 초대작가전 (2007~ )

현대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전 (2007~ )

서울미술관 개관기념 초대작가전 (2008)

한글과 세계문자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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