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

[스크랩] 담헌 전명옥선생의 서예세계

함백산방 2010. 12. 28. 20:05

 

 

“못나 보이는 글씨 쓰고 싶었다”

세번째 전시회 ‘무엇인가’ 여는 서예가 전명옥씨

 

 한겨레신문 정대하 기자

 

» 서예가 전명옥씨

 

 

 

 

 

 

 

 

 

 

 

 

 

 

 

 

 

 

 





창암 선생 일흔에 이룬
천진난만한 서법에 반해
회화적 요소 도입 등 실험

4대강 사업 등
현실 비판도 담아내

한석봉 천자문 펜습자 교본을 붓으로 써 보았다. 느낌이 좋았다. 중학교 때 붓을 처음 잡아본 뒤, 서예를 잊고 살았다. 대학에 진학해 불교 동아리에 들어가 여름방학 때 목포의 한 사찰로 참선을 떠났다. 운명이었을까? 정각 스님은 그에게 참선에 가장 좋은 것이 서예라며 붓을 건넸다. 법당의 은은한 먹 향기가 마음속 깊이 안겨왔다.

전명옥(56·전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사진)씨는 대학 졸업 후 광주로 스승을 찾아갔다. 근원 구철우(1904~l989) 선생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서법을 배웠다. 의재 허백련(1891~1977) 선생과 가까웠던 스승은 남도의 독보적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였다. 점차 글씨에 끌렸다. 글씨를 쓰다보면 날이 샜다. 전씨는 “글씨에게 미안하고, 아이들한테도 미안해 1983년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 전명옥씨 작품 ‘평화통일’.
어느 해 가을, 스승에게 호통을 들었다. 스승은 제자가 쓴 글씨를 살피다가 창암 이삼만(1770~1847) 선생의 글씨를 앞에 툭 내놓았다. 그리고 걱정하듯 “니가 하려고 하는 글씨가 이것이냐”고 물었다. 참 못나 보이는 글씨체였다. 하지만 신필로 칭송받던 창암 선생이 일흔이 넘어서야 이룬 서체라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서법이었다. 창암의 글씨를 한달 동안 뚫어지게 보다가 풍(風)자를 보는 순간, 웃음이 ‘픽’ 터져 나왔다. 마음이 열리고, 세상의 글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힘을 감추고, 못나 보이는 글씨를 쓰고 싶었다. 상도 타고, 대학원에서 이론도 공부했지만 허전했다. 한자에서 벗어나 한글과 알파벳을 해체해 썼다. 글씨에 회화적 요소를 도입했다. 실험적 경향에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비판도 쏟아졌다. 80년대 ‘금수(禽獸)강산’이라는 작품으로 전두환씨를 비판하는 등 현실에 참여했다. 올해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나-흐르고 싶다’라는 작품을 썼다. 여백의 미와 선을 중시하는 서법이 작품 내면에 스며 있다.

그는 스승이 준 담헌이라는 호대신 스스로를 ‘머엉’이라고 부른다. 멍하다는 뜻이다. 전씨는 2~17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초대전을 준비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세번째 전시회의 제목을 <무엇인가>로 붙였다. 삶이, 죽음이, 사랑이, 욕심이, 허공이, 그리고 서예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401개 작품들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멍하다. (062)225-5333.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三道軒정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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